[시론] 저신용자 공격적 카드마케팅 중단해야

시장 성장둔화…수익구조 취약
리스크 관리·비용절감 시급
최근 은행이 겸영하던 카드업무가 분사되고,통신회사가 카드업에 진출하는 것을 계기로 국내 카드사 간 외형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모집인 수가 늘어나고,신용카드 사용과 카드대출 등이 증가하면서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문제와 더불어 '제2의 카드사태' 우려마저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의 신용카드 사용 증가는 신용카드가 지급결제수단으로서의 이용이 늘어난 데 기인한다. 판매신용과 여신전문기관 카드대출 자체가 각기 가계신용과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카드사태 이후 매우 낮아진 상태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모집인 관리나 모집 방법,카드대출 비중,카드사의 건전성 등 면에서 현재의 카드 주변 여건은 카드사태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건강하다. 감독당국도 선제적으로 건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 놓았으며,얼마 전에는 자금조달 규제를 전면 정비하는 특단의 대책까지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카드사용 증가가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은 시기상조이며,제2의 카드사태 가능성도 매우 낮다.

그렇지만 국내 카드시장은 점차 성장이 둔화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먼저 국내 경제가 저성장 기조를 지속하고,베이비부머의 은퇴 등 우리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소비둔화가 전망되고 있다. 국민가처분소득 대비 카드이용액 비중이 2010년 현재 전년 대비 0.3%포인트 증가에 그치고 있으며,카드이용의 주 계층인 경제활동인구도 2016년을 정점으로 큰 폭 하락할 것으로 추계된다.

더군다나 현재 국내 카드산업은 각종 수수료 인하압력,시중금리 상승 추세로 조달비용 상승 가능성 등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수익구조도 가맹점 수수료에 크게 의존해 포화 단계에 진입한 시장에서의 여건 변화에 매우 취약하다. 또한 과도한 부가서비스 제공에 따른 마케팅 비용 상승,모집인 및 카드발급 증가 등 고비용 영업구조가 고착화되면 경영 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1980년대 고속성장을 지속해 온 미국 카드산업이 1990년대 외형 경쟁 심화로 큰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결국 수익성 악화로 연결돼 '카드산업의 위기'가 발생했다. 이런 사례를 비춰 볼 경우 현재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대표적인 경기후행산업인 카드산업이 자칫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국내 카드시장은 '카드 사태'를 겪으면서 규모면에서 미국 영국 중국에 이어 세계 4위로 성장하고,시장의 성숙도도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 위치해 있다. 또한 카드산업은 자체로서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이며 법률 회계 컨설팅 등 관련 서비스업 및 실물경제 전반에 대한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더욱이 우리의 경우 전산시스템,정보처리 능력 등 카드업에 핵심인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류(韓流)를 카드의 부가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적 강점도 있다.

따라서 외형경쟁을 통한 부실화보다는 글로벌 수준으로 경쟁력을 높여 향후 동북아 금융허브의 중심축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카드사의 경영을 안정과 내실에 중점을 두면서 과학적이면서 합리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저신용자 대상의 공격적 마케팅보다는 기존 고객의 유지와 주(主) 고객화 등으로 수익성 건전성 유동성 중심의 보수적 전략이 요구된다. 둘째, 철저한 통계에 근거한 분석과 고객 차별화를 통해 리스크에 기초한 적절한 가격전략으로 수익을 극대화하고,특정 고객층을 대상으로 다양한 혜택을 부여하는 특화전략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셋째, 결제 및 고령화 관련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등 수익구조를 다양화하고,여러 분야에서 아웃소싱을 통해 비용절감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박덕배 < 현대경제硏 전문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