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유럽, 혼돈의 그리스] '그리스 부도' 임박했는데…獨 vs 佛ㆍECB 결론없는 '입씨름'
입력
수정
은행 보유 그리스 국채 연장방식 놓고 이견"또다시 그리스가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은 구제금융과 관련된 기약 없는 얘기만 반복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리스 사태의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일 한델스블라트)
추가 구제금융 결정 내달로 넘어갈 가능성 커
15일 미국과 유럽 증시에 이어 16일 아시아 증시가 동반 급락한 것은 그리스 재정위기에 대한 해법안 도출이 다음달로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된 탓이 크다. "그리스 시한폭탄이 임계점에 왔다"(CNN)는 경고음에도 각국이 이해관계에 매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추가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긴축 조치 이행 승부수로 '내각 교체'를 발표한 것도 큰 충격을 줬다. 그리스 사태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진정되는 듯하다가 다시 방향성을 잃는 등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반복되는 시시포스의 그리스 비극
지난 14일 그리스 사태 해법안 도출에 실패한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오는 19일 다시 만나고 23~24일엔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 결정은 다음달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로이터통신이 분석했다. 17일 독일 · 프랑스 정상회의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2009년 말 이후 그리스 재정적자 위기는 수개월 간격으로 그리스 신용등급 강등→조달비용 증대→결론 없는 유럽연합(EU) 대책회의→그리스에 대한 긴축 요구→그리스 내 긴축 반대 시위의 양상이 주기적으로 반복됐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은 "끝없이 무거운 돌을 반복해 옮겼던 그리스신화 속 시시포스의 비극이 21세기 그리스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엔 경제력과 정치 · 사회적 특성이 상이한 17개국이 유로화라는 단일 통화를 사용하는 반면,재정정책은 각국 재량에 맡겨놓은 유로화 시스템 자체의 한계가 원인으로 거론된다. 유럽중앙은행(ECB)은 "회원국의 재정정책 실패의 부담을 ECB에 전가하면 유로화 시스템이 위협받는다"며 채무 재조정 방안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프랑스와 독일은 "소프트(소극적) 채무 재조정을 적극 도입해서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만은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후 ECB가 "'롤오버(차환)' 방식 채무 재조정은 수용할 수 있다"며 태도를 바꾸자 이번엔 민간투자자 고통 분담을 둘러싸고 이견이 생겨났다. AFP통신은 "독일은 그리스 국채를 장기 국채로 교체하는 '국채스와프'를 하고 여기에 민간도 강제적으로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반면 디폴트 전염을 우려한 ECB와 민간 부문 위험 노출 규모가 큰 프랑스는 만기 국채를 롤오버해주고 민간은 자발적으로 참여시키는 방식을 지지하면서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하나의 유럽'을 이끌 리더십 실종FT는 최근 일련의 그리스 문제 대응에 대해 "EU 최고위급 인사들이 며칠 동안 전화기 앞에서 떨어지지 않았지만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처럼 '통합 유럽'을 위협하는 위기가 1년 이상 방치되는 이유로는 EU의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LA타임스는 "과거에는 경제적 목적보단 정치적 이유에서 독일이란 경제엔진을 장착한 '통합유럽'이란 차(車)를 프랑스가 운전할 수 있었지만 이는 모두 과거의 얘기"라고 지적했다. 독일과 ECB가 주축이 된 리더십이 현실적 대안이지만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부담을 짊어지는 데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