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받던 젊은이들 "앱 개발자 꿈 이뤘어요"

SK텔레콤 '희망 앱 아카데미' 눈물의 수료식

소년가장·검정고시 출신
앱 만들어 '졸업작품' 발표

"꿈만 같습니다. 앱 개발자로 취직하는 건 생각도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젠 제 이름을 걸고 앱을 만들고 전문 개발자로 나설 수 있게 됐어요. "

SK텔레콤과 서울시가 저소득층 및 소외 계층을 위해 개설한 '희망 앱 아카데미'가 첫 수료생들을 배출한 16일.서울대 SK텔레콤 연구소에서 수료 소감을 말하는 문지성 씨(28)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문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14세 때부터 생계를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음식점 서빙,공장 막일까지 안해 본 일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 와중에도 밤에는 공부를 계속해 초 · 중 · 고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다. 하지만 대학 생활만큼은 허락되지 않았다. 등록금 때문이었다. 문씨는 대학 진학의 꿈을 접고 서빙 배달 등의 일을 닥치는 대로 하던 중 우연찮게 SK텔레콤 프로그램을 알게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

◆다시 희망을 품다

문씨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제1기 수료식장은 사연 많은 7명의 젊은이들이 지난 시절의 아픔을 달래며 새로운 희망을 얘기하는 공간이었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여의고 몸이 아픈 할머니와 함께 생활한 최호근 씨(34)도 어릴 때부터 공장 잡일,치킨집 배달 등을 하면서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중앙대 정보시스템학과에 진학했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를 다닐 수 없었고 프로그래머의 꿈도 날아가는가 싶었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희망 앱 아카데미 소식을 접한 것이 꿈을 다시 살리는 계기가 됐다. 중부대 컴퓨터공학과를 중퇴한 이성재 씨(23),전문 개발자 교육을 받고 싶었지만 형편이 어려워 포기했던 김용태 씨(26),취업이 안돼 고심하던 정주향 씨(25),등록금 때문에 대학을 휴학한 박세형 씨(22),모바일 쇼핑몰을 만들고 싶어하는 김선영 씨(37) 등도 미래 정보기술(IT) 전문가로서의 꿈을 설계하고 있다.

총 21주간의 교육을 받았지만 교육 이수과정이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지난 1월10일부터 이날까지 매일 하루 8시간씩 IT 기초지식과 기본 프로그래밍 입문,애플리케이션 기획 · 개발 등의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수업 후에도 과제를 해야 할 상황이어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힘들었다. 교육 중에도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이들은 결국 주말에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버텨야 했다. 최호근 씨는 "기초가 없다 보니 평일엔 매일 밤 12시까지 공부를 해야 했다"며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나가지 못하면서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전했다.

◆앱에 꿈을 심다수료식은 자신들이 '졸업작품' 격으로 개발한 앱을 발표하는 자리를 겸했다. 사연 많은 이들답게 각자의 사연이 담긴 앱을 선보였다. 요리사로 일했던 문지성 씨는 많은 사람들이 요리 관련 레시피를 공유하고 요리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을 만들었다. 소년 가장이었던 최호근 씨는 1인 가구를 위한 생활 정보를 제공하고 커뮤니티를 만들어주는 '생활의 달인'이라는 앱을 개발했다. 김선영 씨는 '건프라샵'이라는 쇼핑몰 앱을 발표했다.

이진우 SK텔레콤 T아카데미원장은 "일회성 지원이 아닌,장기 교육을 통해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어려운 환경에서도 개발자 교육 과정을 마친 1기 수료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1기 수료생들을 대상으로 앱 개발사 등에 취업을 알선하는 한편 조만간 앱 개발 관련 회사를 만들어 수료생 중 우수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2기 수강생 모집은 이날부터 다음달 14일까지다. 서울 거주 20세 이상 성인 중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거나 소득이 최저 생계비의 170% 이하인 저소득 가구에 속한 사람이면 신청할 수 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