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투데이] 유배근 "휴비스, 슈퍼섬유로 새로운 10년…상장도 검토"

미래 승부수 띄우는 유배근 대표

김윤 회장ㆍ최창원 부회장, 돈독한 신뢰…성장 밑거름
나노ㆍ바이오 기술 결합, 피로 풀어주는 이불 개발

"인류를 행복하게 만드는 슈퍼 섬유 개발은 우리의 기업 사명이자 새 10년의 성장 동력입니다. "

유배근 휴비스 대표(52 · 사진)는 16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첨단 슈퍼 섬유 개발과 공장 건설에 쓰이는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증시 상장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비스는 2000년 삼양사와 SK케미칼이 양사 모두의 적자 사업이었던 합성섬유 부문을 떼내 50 대 50으로 설립한 합작사로,국내 대기업 간 대표적인 동업 사례로 꼽힌다. 지난 10년간의 '아름다운 동행(同行)'을 통해 국내 폴리에스터 업계 정상에 올랐으며,이제 새로운 10년을 위한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아름다운 동업

"국내 폴리에스터 업계에서는 넘버원이지만 직원들이 선을 볼 때면 맞선 상대가 회사 이름을 몰라 주눅 들 때가 많대요. 은행에서도 대출 담당자가 아니면 회사 이름을 몰라요. 기업공개(IPO)를 하게 되면 투자 자금도 마련하지만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겁니다. "휴비스는 설립 당시 삼양사와 SK케미칼의 이름을 각각 따서 사명을 짓는 방안을 고려했지만,추가 합병을 통해 국내 섬유업계를 통합하겠다는 뜻에서 '휴비스(Huvis)'로 지었다고 한다. 인간(human)과 비전(vision)의 합성어도 되지만,거대한(huge) 비전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휴비스의 합작 성공에는 양사 최고경영진의 신뢰가 자리잡고 있다.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1990년대 중반 회사 경영에 발을 들여놓을 때 가장 먼저 찾아간 사람이 업계 선배인 김윤 삼양사 회장이었다.

SK케미칼이 지난해 판교에 신사옥을 마련했고,삼양사가 맞은편에 R&D 센터를 짓는 것도 김 회장과 최 부회장 간의 우애에 따른 것이다. 유 대표가 신뢰와 함께 휴비스의 장점으로 빼놓지 않는 것이 투명 경영이다. 그는 "휴비스 합류 후 10년 이상이 지났지만 구매 청탁이나 인사 청탁이 먹히는 것을 한번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래 승부수는 슈퍼 섬유

휴비스가 앞으로 투자를 집중할 분야는 첨단 고기능성 섬유 소재다. 휴비스는 이미 이 분야에서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400도 이상의 고온에 견딜 수 있는 메타계 아라미드를 양산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월드컵팀의 유니폼도 휴비스가 개발한 소재로 만들어졌다. '에코에버'로 이름 붙여진 이 소재는 페트병을 리사이클링한 친환경 소재다. 유 대표가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미래 유망주는 몸에 닿으면 피로를 풀어주는 원적외선 소재다. 그는 "나노기술과 바이오 기술을 융합하는 것으로,우선 2~3시간만 자도 피로를 완전히 풀어주는 '기적의 이불'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슈퍼섬유에 대한 투자와 함께 소재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가진 업체를 인수 · 합병(M&A)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올해 매출은 1조3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라며 "5년 뒤엔 매출은 2조5000억원에서 3조원,영업이익은 1500억원으로 지금의 두 배로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1983년 SK케미칼에 입사했으며,휴비스 창립멤버로 합류한 뒤 재무전략실장을 거치는 등 기획과 재무 분야를 주로 맡았다.

윤성민/조재희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