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유럽 붕괴 도미노 스페인으로 입성하다

유럽 재정위기가 유로존 네 번째 경제대국인 스페인에까지 전염되고 있다. 스페인 정부가 35억유로 발행을 목표로 했던 국채입찰에서는 28억유로 어치가 발행되는 데 그쳤고 국채 인기가 떨어지면서 10년물 금리는 11년 만에 최고치인 연 5.75%까지 치솟는 등 국채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남유럽 최대 경제국인 스페인마저 흔들릴 경우 또 다른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전염 과정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스페인이 특히 걱정되는 이유는 이 나라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군의 특성 때문이다. 우선 실업률이 유로존 평균 실업률(9.9%)의 두 배가 넘는 21%에 달한다. 이는 구제금융을 받은 아일랜드(14.7%) 그리스(14.1%)보다도 높다.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무려 45%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여기에다 부동산 버블과 GDP의 200%에 육박하는 민간부문 부채는 정부재정에 잠재적 불안 요인이다. 하지만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정부의 긴축정책이 실업률을 높인다며 반대하는 시위가 최근 한 달간이나 계속되는 등 사회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집권 사회당이 패배하면서 각종 재정개혁 작업이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그리스 위기가 어느 정도 스페인에 영향을 줄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남유럽 재정위기가 스페인 내부 문제와 결합될 경우 그 파괴력은 상상 이상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예민한 관찰이 필요하다. 도미노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