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갈등 장기화…'법인화에 학생참여'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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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관 점거 19일째…학교측 "퇴거하라" 요청
총학생회 "추진과정서 학생 배제 불신 쌓여"
법인화 반대를 주장하며 대학 본부와 총장실을 점거한 서울대 학생들과 학교 측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 16일 총학생회에 보낸 공문을 통해 "학생의 안전과 행정서비스 복원을 위해 본부에서 즉시 퇴거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하지만 총학생회는 학교 측이 허가하지 않은 음악제 '본부스탁'을 강행하는 등 점거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이학래 서울대 학생처장은 17일 "학생들이 본부를 점거한 것부터 시작해 허가 받지 않은 집회까지 강행하는 등 교칙을 계속 위반하고 있어 걱정된다"며 "행정 업무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설득하고 있지만 잘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인화 반대 공동대책 위원회(공대위) 소속 일부 교수들까지 점거 학생들을 독려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퇴거하지 않을 경우 불가피하게 필요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16일 저녁에는 학교 측이 '본부스탁' 준비를 막기 위해 셔틀버스와 트럭 등으로 본관 진입로를 차단하기도 했다. 이에 학생들은 트럭을 들어 옮겨가며 공연 장비를 공수했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법인화 반대를 위한 비상총회를 열고 본관 점거에 들어간 것은 지난달 30일.17일로 본관 점거 19일째를 맞았지만 더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학교와 학생회 사이의 불신이 더욱 깊어지고 있어서다.
오연천 서울대 총장이 본부를 점거한 학생들을 두 번 방문해 대화를 나눴지만 양측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오 총장은 '학생들이 농성을 풀면 대화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긴 했지만 법인화 문제와 관련해선 "정관과 학칙을 결정하는 실행위원회의 학생분과위에 학생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해결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회는 '오 총장이 법인화법 폐지에 앞장서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한편 국회와 교육과학기술부에 법인화 반대를 요구하는 등 활동 범위를 오히려 넓혀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이 서로를 못 믿고 다른 얘기를 하고 있을 뿐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익현 서울대 기획처장은 "학생들이 법인화 이후 등록금 인상 등을 우려하며 극단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학생들이 개선책을 함께 마련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지윤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법인화를 반대하는 것은 등록금 인상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법인화 추진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제돼 불신이 쌓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농성에 참여한 학생들 가운데 법인화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법인화 과정에 학생들의 참여가 더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