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증권 '고객 거래정보 유출' 파문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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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시간 동안 옵션ㆍELW 거래내역도 샜다NH투자증권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한 고객 거래내역 유출사고가 당초 알려졌던 '30분 동안'보다 훨씬 긴 '4시간 동안' 진행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주식뿐만 아니라 옵션과 주식워런트증권(ELW)의 거래 내역도 유출됐다. 분당 수십건에 이르는 거래 건수를 감안할 때 이번 사고로 유출된 거래내역은 수천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HTS 통해 수천건 유출…금감원, 긴급 검사 착수
지난해 4분기 NH투자증권에 제기된 전산장애 민원 · 분쟁은 증권업계 전체의 70.6%를 차지해 이번 사고는 예고된 것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당국은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책임 소재를 가리기로 했다. ◆옵션 · ELW 거래내역도 유출
NH투자증권 HTS를 이용하고 있는 엄모씨는 "16일 오후 1시가 조금 안 된 시간부터 장이 끝난 오후 5시까지 다른 투자자들의 거래내역이 나타나는 '체결알림판' 창이 떴다"며 "주식뿐만 아니라 옵션과 ELW 거래 내역도 올라왔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의 거래내역은 당초 오후 2시부터 2시30분까지 30분 동안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장중에는 분당 수십건의 거래가 실시간으로 이뤄진다"며 "이를 감안하면 유출된 거래내역이 수천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거래내역에는 투자자 이름,계좌번호,매매수량,매매단가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NH투자증권은 "구체적인 피해 규모에 대해서는 파악 중"이라며 "정확히 몇 시간 동안 문제가 있었는지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전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실제거래가 아닌 테스트 거래일 뿐"이라고 해명하다 나중에야 실제 거래가 유출됐다고 시인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사고 원인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IT감독국은 자체 전산오류에서 외부 해킹 가능성까지 모두 열어놓고 NH투자증권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법 위반사항이 나오면 징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약성 드러낸 내부통제장치NH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전산장애 요주의 회사로 꼽혔다. 작년 4분기 NH투자증권에 제기된 전산장애 관련 민원은 168건으로 업계 전체(238건)의 70%를 넘었다. 올 1월에도 18건의 전산 관련 민원이 발생,증권사 중 가장 많았다. 지난해 전산시스템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시스템이 다소 불안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NH투자증권의 해명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이 회사의 내부통제장치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HTS 담당자는 "대부분 증권사에서는 고객 매매내역을 일괄적으로 조회할 수 있는 방법이 시스템적으로 막혀 있다"며 "제대로 내부통제장치가 된 증권사에서는 5~6명 이상이 공모해야 가능할까 말까 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장중에는 가능한 한 HTS시스템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그만큼 고객정보와 관련된 내부통제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사고가 발생하자 다른 증권사들도 HTS를 점검하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한 관계자는 "HTS는 고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창구 중 하나인 만큼 비슷한 일이 생길까봐 우려돼 여러 번 점검하느라 바빴다"고 전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