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 다시 부는 칼바람…골드만ㆍBOA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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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위기에 규제강화 겹친 '추운 여름' 대비…모건스탠리ㆍ바클레이즈도 인원 감축월가의 대형 투자은행들이 올여름 일제히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럽 재정위기 등에 따른 주식시장 침체와 각종 규제 강화에 미리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월가의 은행들이 일제히 비용 절감과 인원 감축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이익을 회복한 회사들조차 구조조정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글렌 스콜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는 "월가는 현재 상황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10억달러 비용 삭감
NYT는 "월가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골드만삭스조차 사업 조정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골드만삭스 경영진은 향후 1년간 불요불급한 비용 지출을 10억달러가량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체 비용의 10%에 해당한다. 성과에 대한 보상을 제외한 모든 비용이 감축 대상이라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이미 직원들에게 비용 삭감 지침이 전달됐으며 내달 인원 감축안이 나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2009년 1분기 골드만삭스가 전체 인력의 9%를 감원한 이후 첫 번째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번 여름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수개월 내에 주식 관련 부서의 인원을 줄일 계획이다. 크레디트스위스는 투자은행(IB) 부문의 인원 및 비용 감축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자산관리 부서에서 성과가 부진한 300명 이상의 인원을 해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향후 3년간 지출 10억달러를 줄이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모건스탠리는 다른 투자은행들과 달리 IB 부문과 트레이딩 업무 관련 인원은 줄이지 않기로 했다. 이 부문에서 회사의 장기적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뜻이다. 이미 구조조정을 단행한 회사도 있다. 지난 1월 바클레이즈캐피털은 업황 악화를 이유로 600명(전체 인원의 2%)을 감원한 데 이어 최근 추가 구조조정을 검토 중이다.
◆규제 강화에 대비하는 회사들월가가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은 올여름 약세장이 예상될 뿐 아니라 '도드-프랭크 법안' 등 규제가 강화되면 금융사의 이익 기반이 축소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 투자은행 임원은 "정부의 각종 규제도 인원 및 비용 감축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정부가 자기자본을 더 쌓아놓도록 요구하자 자기자본투자(PI) 같은 부문에서 철수하는 회사들이 생기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또 그동안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던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이 부문의 매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인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NYT는 대형 금융사에 큰 돈을 벌어줬던 트레이딩에 대한 각종 규제 조치로 금융회사들의 수익성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인원 감축의 이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금융회사들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은 2005년 17.5%에서 지난해 8.2%로 감소했다. 향후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직불카드 수수료를 제한하는 규제가 내달 시행되면 JP모건이나 씨티그룹처럼 매출에서 일반 소매은행 부문 비중이 높은 회사들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NYT는 그러나 올해 소셜미디어 기업들의 주가가 올라 투자한 금융회사들이 이익을 챙기고 있고 상장 수수료도 수익에 기여하고 있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