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분양가 시세의 85%로] '반값 아파트' 기대만 부풀려…민영 '청약 가뭄'에 공급도 급감

● 보금자리주택, 뭐가 문제기에…

강남권 빼면 분양가 이미 주변시세 90% 웃돌아
주민 반발ㆍ보상 갈등에 사업추진도 '지지부진'

"위례신도시 본청약이 이달 실시된다고 해서 내달 이후로 분양 일정을 늦췄습니다. 국토해양부와 국방부 간 보상가 이견으로 본청약 일정이 불확실해져 분양 계획을 잡기가 난감하네요. "(대형 건설사 주택담당 임원)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무주택자에게 값싼 주택을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 정책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 보금자리주택 대기자가 늘면서 주택 거래가 줄어들고 전세난은 심화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택시장 약세로 경기지역 보금자리주택 추정 분양가는 주변 시세의 90%에 근접해 '반값 아파트'란 취지도 무색해졌다. ◆가시지 않는 '보금자리 충격파'

건설사들은 수도권에서 연간 두 차례 이뤄지는 보금자리주택 분양을 피하느라 고통을 받고 있다. D건설 수도권 현장분양소장은 "값싼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면서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비싼 건설사들은 사기꾼으로 낙인 찍힌 상황"이라고 허탈해했다. 건설단체 관계자는 "2기 신도시와 택지지구를 지정해 놓고 입지 여건이 훨씬 좋은 곳에 보금자리주택을 분양하니 경쟁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교과서에만 나오는 줄 알았던 구축효과를 보금자리주택 정책에서 여실히 볼 수 있다"고 말할 정도다. 실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반값 아파트' 조기 공급 구상이 나온 2008년부터 민간 주택 공급은 크게 위축됐다. 2007년 39만8000여가구였던 민간 주택건설 사업 승인 건수는 2008년 23만여가구로 줄었다. 보금자리주택 사전 예약이 본격 실시된 2009년에는 21만3000여가구로 감소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민간주택 공급이 감소함에 따라 2013년까지 주택가격 상승과 집값 불안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시장 약세에 가격메리트 '뚝'

'반값 아파트'는 서울 강남권 보금자리지구에서만 지켜졌을 뿐이다. 경기지역에선 주변 집값에 거의 근접한 상황이다. 기존 집값 하락으로 보금자리주택의 가격 메리트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번지에 따르면 주변 시세 대비 보금자리 분양가 비율은 90%대인 곳이 적지 않다. 이런 까닭에 사전 예약 당첨자 인터넷 카페에선 본청약 때 계약하지 않겠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앞으로 공급될 보금자리주택의 추정 분양가도 오를 전망이다. 시범지구인 강남 · 서초에선 3.3㎡당 1000만원 선이었으나 위례신도시 1280만원,5차 보금자리 1500만~1600만원 등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위례신도시 사전 예약 당첨자들은 "강남 · 서초에선 추정 분양가보다 13% 낮은 3.3㎡당 1000만원 선까지 맞췄는데 위례는 혜택이 왜 없느냐"며 항의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로또 보금자리'를 없애겠다며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85%까지 높이는 대책을 추진 중이어서 시장 분위기와 엇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상가 갈등,주민 반대 속출

서울 고덕동,경기 하남시와 과천시 등에선 주민들이 지구 지정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4차 지구인 하남 감북 주민들은 지난 3월 서울행정법원에 '보금자리 지구 지정 취하 소송'을 제기,지난 10일 첫 공판이 열렸다.

2009년 10월 지구 지정된 하남 미사 등에선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땅주인들의 보상가 협상 갈등으로 아직 본청약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미사지구의 한 지주는 "다른 택지지구 보상 수준의 60%밖에 보상금을 못 주겠다고 해 협상이 계속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보금자리주택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공급하는 전용면적 85㎡ 이하 분양 · 임대주택으로 2018년까지 공급 목표는 150만가구다. 땅값이 싼 개발제한구역 등에 지어 주변 시세보다 낮게 분양,인기를 끌고 있지만 청약 대기자를 양산해 주택시장 수요 기반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