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원들 연예계 진출할까 걱정"…허각, 슈퍼스타S에 '허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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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입니다. 이러다 우리 삼성 직원들 연예계 진출한다고 할까봐요"
삼성판 슈퍼스타K로 불리는 슈퍼스타S를 지켜본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김순택 실장의 말이다. 17일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슈퍼스타S는 한 기업의 내부행사라고 하기에는 그 규모도 열기도 반응도 뜨거웠다.
그룹 81개 계열사 전 사업장에 공연실황이 생중계돼 직원들은 사내방송을 통해 행사를 지켜봤고 주요 계열사의 CEO들은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 직원들의 사기를 고취시켰다. 12팀 가운데 우승 1팀에게는 1천만원 상당의 삼성전자 제품 구매권과 제주도 가족여행권이 주어지는 등 상품 또한 스케일이 달랐다.
행사가 열린 5층 다목적홀에는 결선에 올라온 12팀을 응원하러 온 임직원들과 가족, 친구 등 500여명이 몰려 콘서트장을 방불케하는 응원 경쟁을 펼쳤다. "잘하라"고 서로를 격려해주는 와중에도 옆 팀 응원단보다 더 크게 "화이팅" 구호를 외치는 등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쳤다. 결선 참가자가 속한 한 계열사의 임원은 해당 참가자의 의상까지 꼼꼼이 챙기며 긴장을 풀라고 우황청심환과 소주팩까지 건넸다.
◆ 허각ㆍ아이유 "삼성 슈퍼스타S 퀄리티 대단"
본격적인 경연이 시작되자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참가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무대가 끝날 때마다 행사장이 떠나가라 격려와 박수를 보냈고 극도의 긴장에 참가자의 목소리가 떨릴 때면 괜찮다는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계열사 CEO들 역시 참가자들의 노래에 박수를 치거나 박자를 맞추며 행사를 즐겼다. 슈퍼스타S를 심사하러 온 심사위원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오리지널 슈퍼스타K 심사위원인 이승철, 윤종신, 엄정화에 못지 않은 가수 백지영, 김현철, 작곡가 윤상, 유영석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자리해 날카로운 눈으로 참가자들을 지켜봤다.
축하공연을 하러 온 슈퍼스타K의 우승자 허각은 행사장의 뜨거운 반응과 열기에 "대단하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고 참가자들의 노래 실력에도 혀를 내둘렀다.
"요즘 대세"라 불리는 아이유 또한 "슈퍼스타S의 퀄리티에 정말 놀랐다"며 "직원들의 노래 실력도 뛰어나고 또 심사를 하러 오신 분들이 너무 대단한 선배님들이라 제 공연때보다 더 떨렸다"고 소감을 말했다.12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우승은 자작곡 '슈퍼스타'를 부른 삼성전자의 '메리고라운드' 밴드에게로 돌아갔다. 메리고라운드는 "우승할 줄 몰랐는데 정말 기쁘다"며 "이럴 줄 알았다면 상품을 나누지 않도록 솔로로 나올 것 그랬다"는 재치있는 농담을 소감으로 밝혔다. 김순택 실장이 걱정했던 것처럼 연예계 섭외가 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는 "연예계 진출도 욕심이 안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열심히 회사에 다니겠다"고 말했다.
◆ 직원 사기 진작에 GOOD, 연례행사로 만들 계획도
지난 4월 전 계열사 직원 20만명 가운데 2620명의 직원이 지원한 슈퍼스타S는 1차 심사를 거쳐 130명을 선발했고 5월 중순 2차 예선을 통해 본선진출자 20명을 뽑았다. 지역예선은 가수 김현정, BMK, KCM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본선진출자 20명은 전문가수 멘토들과 2박3일간의 합숙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12명이 선발, 결승 무대를 가졌다.
당초 직원들의 애사심을 고취시키고 단합을 도모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였지만 중간에 이건희 회장의 "부정부패 척결" 발언으로 그룹 내 긴장감이 감돌자 분위기를 밝고 부드럽게 바꿔보자는 의지까지 더해졌다.
김순택 실장은 "오늘 공연으로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올라간 것 같다"고 만족감을 나타내며 "앞으로 슈퍼스타S를 해마다 개최해 삼성그룹의 주요 행사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한편 이날 이건희 회장은 일본 출장 일정으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