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개방 '카운트다운'] 英 공룡로펌 '서울 거점' 서둘러…첫 타깃은 M&A 자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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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등 글로벌 기업 많아 수요 충분"영국의 '공룡 로펌'들이 국내로 몰려온다. 7월1일부터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EU 27개 회원국 변호사들은 국제법 자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외국 로펌의 사무소 개설도 허용된다. 2013년부터는 국내 로펌과의 제휴가,2016년부터는 국내 · 국외 로펌의 합병,외국 로펌의 한국 변호사 고용이 허용된다. 세계 법률시장은 미국과 영국이 사실상 주도하고 있으며,특히 영국 로펌들은 국내의 협소한 법률시장 타개책으로 프랑스 독일 등지를 비롯해 다른 유럽국가들에도 공세적으로 진출해왔다.
중소로펌 흡수…국내 소송시장 잠식 예고
◆클리퍼드 찬스 등 사무실 계약 마쳐영국 로펌 중에서도 한국 진출에 제일 적극적인 곳은 클리퍼드 찬스.매출액 23억8600만달러(2009년 기준),변호사 3200명으로 세계 3위 로펌인 이곳은 늦어도 올 하반기에는 서울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클리퍼드 찬스의 홍콩사무소에는 5명의 한국계 변호사가 일한다.
김현석 홍콩사무소 한국팀장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 진출을 매우 진지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홍콩의 한 미국 변호사는 "클리퍼드 찬스는 서울에서 사무실까지 계약을 마쳤다"고 전했다.
DLA파이퍼도 오는 11월쯤 서울에 사무소를 열 계획이다. 이재철 변호사가 팀을 이끄는 DLA파이퍼 홍콩 사무소는 조만간 한국계 변호사를 충원할 예정이다. 삼성증권 등이 자문 고객 기업이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내 방문판매 허가건도 이 회사 작품이다. 앨런&오버리,링클레이터스 등도 한국 진출 의사를 밝힌 대표적 영국 로펌들이다. 이들은 한국 기업 인수 · 합병(M&A) 자문시장에서 각각 4위,8위(2009년 기준)를 했다.
◆세계적 기업 많은 한국 '눈독'
한 · EU FTA에 따라 외국 로펌이 한국에 진출해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M&A 등 자문업무뿐이지만 외국 로펌들이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사모투자와 M&A 부문의 유명 로펌인 커클랜드&엘리스의 홍콩사무소장 데이비드 아이크 변호사는 "한국에는 삼성 현대 LG 등 전 세계로 영향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대기업들이 많은 데다 커진 경제규모만큼 그에 따른 법률 수요도 많아져 이에 대한 대비는 필수"라고 말했다. 한국 사무소 개설 이유에 대해 미국계 로펌 폴해스팅스의 김새진 변호사는 "고객은 서울에 있는데 정작 사무소는 제주도에 있다면 어떻겠나"라고 반문했다.
◆영국 로펌들 "소송시장까지 접수할 것"
홍콩의 변호사들은 장기적으로 영국 로펌들이 한국의 소송(송무)시장까지 잠식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협정 발효 후 5년 뒤 허용되는 3단계 개방부터 한국 법률시장은 외국 로펌과 국내 로펌 간 본격적인 각축장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계 로펌 클리어리가틀립의 한진덕 변호사는 "당장은 힘들겠지만 5년 뒤 한국 법률시장이 완전 개방되면 영국계 로펌은 국내 중소 로펌을 흡수합병하는 전략으로 덩치를 키워나갈 것"이라며 "그것이 해외로 진출하는 영국 로펌계의 통상적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10대 로펌 중 하나인 심슨 대처의 손영진 변호사는 "외국 로펌이 한국계 변호사를 채용할 수 있는 단계가 되면 송무 분야도 장기적으로 잠식될 수 있다고 본다" 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