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코스피…국내외 '큰 손' 전략] 美·유럽기관 "7월 이후 사겠다"

조정 거쳐 밸류에이션 매력
그리스 등 악재 걷히면 '투자'
한라건설·삼성중공업 관심

"시장에 대한 시각이 후퇴했을 뿐 한국 기업은 아직도 투자 우선순위입니다. "

미국과 유럽에서 열린 국내 기업설명회에 참석한 해외 기관투자가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이들은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향후 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성장성은 여전하다고 보고 악재가 걷히는 대로 추가 투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라건설과 골프존 등 새로운 기업 발굴에도 적극적이었다. 우리투자증권이 지난주 런던과 뉴욕에서 해외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개최한 '우리 코리아 콘퍼런스'의 후기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악재가 부각되면서 설명회 집중도가 떨어질까봐 우려했지만 예상 외로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관심이 뜨거웠다"며 "삼성전자와 현대모비스,SK이노베이션 등 14개사가 참여해 기업별로 하루 6~7번의 미팅을 가졌다"고 말했다.

해외투자자들은 전반적으로 국내 기업의 밸류에이션 매력을 높이 평가했다. 런던에 소재한 한 자산운용사는 "그리스 위기가 부각돼 신흥국 투자를 당장 늘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최근 코스피지수 조정은 투자 기회"라고 진단했다. 재정위기를 겪는 유럽과 달리 미국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투자 의지도 감지됐다. 한 애널리스트는 "뉴욕에서 만난 헤지펀드들은 최근 신흥국 주가 부담이 줄었다는 데 주목했다"며 "매크로(거시) 변수가 결론지어질 다음달 안에 투자 타이밍을 노리겠다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화학 등 기존 주도주는 장기 성장성을 따지는 분위기였다. 현대모비스 설명회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향후 3~5년간 성장 동력이 무엇이냐''일본 대지진 이후 매출처를 얼마나 다변화했느냐' 등 장기 투자에 초점을 맞춘 질문을 쏟아냈다. 비주도주를 찾는 투자자도 많았다. 중견 건설사인 한라건설의 경우 대형 건설사 못지 않은 관심을 끌었다. 이왕상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오산 물류센터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만기 연장에 성공하며 유동성 리스크가 감소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전했다. 삼성중공업 설명회에도 많은 참가자가 몰렸다.

최근 상장된 골프존에도 관심을 나타냈다. 한 참가자는 "처음엔 국내 스크린골프 열풍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닌텐도위'를 예로 들자 아시아만의 특수한 문화로 받아들여 막판 흥행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최근 부진한 정보기술(IT)업종에 대해서는 해외에서도 실적 하향 조짐을 감지,예전보다 보수적인 견해가 많았다고 한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