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모바일] "1인자 된 비결은 하루 14시간 연습"

e스포츠 랭킹 1위 이영호 선수

나는 '최종병기'다
WCG 등 3개 대회 우승…'골든 그랜드 슬램' 첫 달성

스타크 인기 하락?
4~5년 전에도 나왔던 얘기…지금도 새 전략 쏟아져요
온라인 게임으로 승부를 겨루는 e스포츠가 국내에 뿌리 내린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1998년 '스타크래프트1' 코리아오픈으로 막을 올린 e스포츠 프로리그는 현재 23개 종목과 10개 게임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을 e스포츠로 한 단계 성장시켜 준 결정적인 계기는 PC방의 대중화와 '스타크래프트1' 등장이다. 지금까지도 '스타크래프트1'과 어깨를 나란히 할 e스포츠 종목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현재 게임단도 '스타크래프트1'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는 e스포츠 업계의 고민이기도 하다. 스타크래프트 리그로 현상만 유지하고 대안종목 후보였던 국산게임들은 성장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다.

현재 '스타크래프트1'리그에서는 이른바 '택뱅리쌍'이 대세다. 김택용(SK텔레콤 T1) 송병구(삼성전자 칸) 이제동(화승 오즈) 이영호(KT 롤스터) 선수를 칭하는 말로 인기와 실력을 두루 갖춘 프로 게이머들이다. 이 중에서도 이영호 선수가 가장 돋보인다. 그는 한국e스포츠협회가 집계하는 종합랭킹에서 13개월 넘게 1위를 달리고 있다. 팬들은 그를 '최종병기'라 부른다. 실력이 너무 뛰어나 그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게이머가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지난 11일에는 MSL(MBCgame Star League) 우승으로 이 대회 3회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금배지를 갖게 되면서 이미 획득한 국제 e스포츠 대회인 WCG(World Cyber Games)의 금메달과 온게임넷 스타리그 3회 우승 부상인 골든 마우스와 함께 사상 최초로 '골든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지난 21일 이영호 선수(20)를 서울 서초동에 있는 소속사 KT 연습실에서 만났다. 쾌적한 PC방 같은 공간에서 프로게이머들이 마우스를 바삐 움직이며 연습에 빠져 있었다. 그는 연초 고등학교(서울디지텍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은 내년에 특기생 전형으로 입학할 예정이다.

"이제 프로게이머 4년차예요. 중학교 3학년 때 데뷔했죠.또래 친구들보다 스타크래프를 늦게 시작했어요. 중학교 1학년 때였죠.어느날 TV 게임 중계를 보고 있는데 한동욱 선수(은퇴)가 우승 트로피를 드는 장면이 너무 멋있어요. 그때 '나도 저런 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했습니다. "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그는 몇 개월 동안 성과가 없으면 그만두겠다고 설득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아마추어 대회의 조 1위에게 주어지는 준프로자격증을 바로 땄다.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것이다. 이후 팬택 EX에서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2007년 현 소속사의 전신인 KTF매직엔스에 입단했다. 랭킹 1위에 처음 오른 것은 데뷔 1년 만인 2008년 3월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 직후다. 하지만 바로 1위를 빼앗겼다. 이후에도 5위권 안에는 항상 들었지만 다시 정상에 오른 것은 2년이 지난 2009년 말이다. 그는 "처음 1위를 차지했을 때는 나이가 어린데다 기고만장할 때여서 오히려 페이스를 잃고 말았다"고 토로했다. 그때부터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듣기 시작했다고 한다.

"연습도 효율적으로 했어요. 다른 선수들은 주어진 시간에만 연습하고 마는데 저는 샤워할 때나 밥을 먹을 때도 머리 속에서 계속 게임을 시뮬레이션했죠.그런 식으로 하루 평균 14시간을 연습합니다. 나머진 잠자는 시간이죠."

그는 경기장에 자를 항상 가져간다. 키보드,마우스 위치 등을 평소 연습할 때와 똑같은 상황에서 경기에 임하기 위해서다. 경기장 조명도 일일이 조정해 눈의 피로를 줄인다. 가장 기억에 남은 게임은 2년 전 이성은 선수와 겨룬 것이다. 단체전이었는데 그가 지면 패배하는 경기였다. 9 대 1까지 수세에 몰려 패색이 짙었는데 1시간 넘는 사투 끝에 겨우 이겼다.

지금까지 벌어들인 수입은 10억원 정도.작년에만 연봉 3억원 등 5억원을 벌었다. 그는 "돈 관리는 부모님이 하시고 저는 한 달에 100만~200만원 용돈을 받는다"고 말했다.

최근 스타크래프트1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그런 이야기는 4~5년 전에도 있었지만 대안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도 새로운 전략들이 계속 나올 정도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게임"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저도 e스포츠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제 성격과 다르게 거만하고 도발적으로 인터뷰를 하는 등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려고 했어요. 하지만 어머니가 관련 인터넷 기사의 악성 댓글을 보고 속상해 하시는 걸 보면서 마음을 달리 먹었습니다. "

그는 적어도 서른 살까지는 프로 게이머 활동을 하다가 이후에는 해설자나 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다.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스토브리그 기간인 올 8~9월에는 해외 여행에서 대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며 웃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리처드기어 훈남아들
돋보이네

'작은 가슴' 고민
이런 비키니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