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2) 美 "당장 큰돈 되지 않지만 세상 바꿀 혁신연구에 집중"

(2부) 세계는 '과학두뇌' 전쟁중 - (2) 공상과학 소설을 현실로

국립보건원, 바이오 연구
1년 예산 320억달러…한국 R&D 예산의 두배 넘어
과학자 130명 노벨상 수상

국립과학재단, 기초분야 지원
젊은 창의적 학자 중점 발굴…年 1만여 프로젝트 지원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에 위치한 미국국립보건원(NIH ·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내 NIH크리니컬센터.어린 환자들을 위한 학교,환자 가족들을 위한 호텔급 숙박 시설까지 갖춘 이 곳엔 웬만큼 심각한 환자가 아니면 입원하지 못한다.

건물의 외곽은 겉으로 봐선 보통의 병원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외래 진료실과 입원실에서 건물 중앙 쪽으로 문 하나만 열고 들어가면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실험실이다. 하얀 가운의 의사들과 파란 가운의 과학자들이 뒤섞여 병동과 실험실을 분주히 오간다. 이곳의 연구 모토는 '실험실에서 임상까지(bench to bedside).' 1400여명의 세계 정상급 의사와 과학자들이 실시하는 첨단 실험을 바로 환자들에게 적용하며 민간 병원이 감당하기 힘든 연구를 진행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고위험 · 고성과 연구

"말기 백혈병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체외에서 백혈구 수를 10억배로 증식해 몸속에 투입하는 연구를 진행했는데 계속 실패했습니다. 세포들은 면역체계를 제어하는사이토카인을 먹고 사는데 원래 몸속에 있던 세포들과 한정된 사이토카인을 갖고 경쟁한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기존의 면역세포를 모두 죽이는 방법을 생각해 냈습니다.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었는데 실험결과 정답이라는 게 밝혀졌죠. "(박정현 NIH클리니컬센터 연구원)

NIH는 정부가 출연한 의료연구기관이다. 1년 예산이 320억달러로 한국 국가 연구ㆍ개발(R&D) 예산(약15조원)의 두배가 넘는다. 박 연구원의 설명처럼 민간이 하기 어려운 '고위험ㆍ고성과' 연구를 NIH의 27개 연구소 및 센터가 감당한다. 예산 중 83%는 NIH 외부 연구를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매년 3000여개 대학과 연구기관이 신청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30만명의 연구 인력이 매달리는 매머드 프로젝트들이다. 이렇다 보니 국립암연구소의 어니스트 로렌스 연구원이 193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NIH에 소속돼있거나 지원받은 13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았다.

◆세상을 바꿀 혁신적 연구 지원

NIH가 바이오 연구를 주도한다면 국립과학재단(NSFㆍNational Science Foundation)은 그 외 모든 과학 및 공학 연구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국가 기관이다. 지난해 집행한 예산은 68억7000만달러. 전국 대학 및 연구소가 제안하는 5만5000여개의 연구 프로젝트 가운데 1만3000여개를 선정, 지원했다. 지원 금액은 건당 평균 16만달러 정도다. 코소모 페이 NSF 선임 고문은 "2009년에 혁신성을 선정 기준에 새로 포함시켰다"며 "NSF는 국가 기관으로서 당장 돈이 되지는 않지만 세상을 바꿀 만한 혁신적(transformative) 연구를 지원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증된 유명학자보다는 학계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젊고 창의적인 학자를 발굴해 지원한다"며 "이같은 정책으로 나노 기술이나 게임이론 같은 혁신적 기술이 탄생하는 데 기여할수있었다"고 강조했다.

◆민간 기업으로의 기술 이전

최근엔 NIH와 NSF, 미국항공우주국(NASA) 같은 국가 기관들이 연구 성과를 민간 기업으로 이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프랜시스 콜린스 NIH 원장은 "경기 침체로 제약회사들이 R&D 투자를 줄이고 있고 벤처캐피털 회사들의 지원 부족으로 바이오 기업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며 "NIH는 기초물질 연구를 임상 연구로 효율적으로 전환하는 중개 연구(translationalresearch)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스론슨 NASA 고더드센터 부소장은 "나사의 로켓 기술을 민간에 이전해 록히드마틴, 보잉 등 항공기 제조업체들이 기체의 소음 및 환경 오염을 줄이는 등의 기술적 발전을 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