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매수청구價 딜레마에 빠진 스팩

부국증권의 '부국퓨쳐스타즈스팩'은 지난 16일 주식매수청구가를 1832원에서 공모가인 2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부국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이 프롬투정보통신과 합병을 발표한 것은 지난달 26일.관련 규정에 따라 매수청구가를 1832원으로 정했지만 주주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컸다. 스팩 합병에 반대하면 8.40%의 손실을 주주가 떠안아야 하는 만큼 합병 대상 비상장기업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사실상 찬성을 강제하는 행위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대신증권의 '그로쓰알파스팩'은 지난 2일 썬텔과의 합병 승인 주주총회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합병안건이 부결될 가능성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원인은 매수청구가(2007원)가 당일 종가(1870원)보다 높은 데 있었다. 종가가 매수청구가보다 낮다보니 주주들이 대거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됐다. 부국스팩과 대신스팩은 올해 비상장사와의 합병을 발표한 스팩이다. 하지만 둘 다 매수청구가로 인한 딜레마에 빠졌다. 매수청구는 상장회사가 다른 회사와 합병할 때 이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을 되사주는 제도다. 주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스팩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온 데에는 증권사와 감독당국에 책임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갑래 세종대 경영대 교수는 "증권사들이 스팩 출시 당시부터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으로 홍보했기 때문에 공모가보다 낮은 매수청구가에 소액주주들이 반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합병을 발표한 스팩의 주가가 매수청구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작년 11월 금융감독원의 우회상장 요건 강화 때문이라는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한 스팩 대표는 "법 개정으로 비상장기업의 성장성을 낮게 반영하다보니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기업들은 스팩과의 합병을 꺼리고 있다"며 "이는 성장성이 낮은 기업과의 합병으로 이어져 스팩 주가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매수청구가 딜레마'에는 스팩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이 압축돼 있다. 감독당국과 증권업계가 사태 재연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이유다.

노경목 증권부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