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와 뒷거래 없앴더니 사업 빨라져 조합원 만족"

삼선1구역 주부조합장의 재건축 성공기

"어려울수록 원칙대로 추진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에요. 편법의 유혹에 빠지는 순간 사업은 발목을 잡히게 됩니다. "

서울 삼선동 삼선1 단독주택 재건축조합 이막례 조합장(60 · 여 · 사진)은 오는 29일 일반분양을 앞두고 다른 조합에 조언하고 싶다며 20일 이렇게 말했다.

삼선1구역은 단독주택 밀집 지역이었다. 단독주택 재건축은 노후도가 집마다 워낙 달라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 삼선1구역은 그러나 조합설립부터 관리처분인가까지 8개월(2007년 3~11월) 만에 끝냈다. 조합원 간 갈등과 각종 비리 등에 얽혀 2~3년은 쉽게 소진하는 사업을 이렇게 빨리 끝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사업 성공의 힘은 '평범한 주부'였던 이 조합장의 '평범한 동기'에서 시작됐다. 집이 낡아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자 그는 재건축에서 답을 찾기로 했다. 재건축을 전혀 모르면서도 무작정 구청을 찾았다. 구청도 해답을 주지는 못했다. 재건축 사업 행정용역 업체들은 사업성이 불확실하다며 참여를 꺼렸다. 이 조합장은 행정용역 업체 키라에셋을 3개월간 설득해 행정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이 조합장은 "'조합원이 왕'이란 원칙을 세우고 철저히 지켰다"고 했다. 모든 의사는 회의에서 결정했다. 김영길 조합 이사는 "조합원 의견을 한 번도 무시한 적이 없다"며 "조합원이 나무 한 그루를 보상해달라고 해 회의를 열어 보상해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후 형성된 조합원과의 신뢰는 사업 순항에 돛을 달아줬다. 조합원 채종원 씨(58)는 "조합 집행부는 모두 사기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조합장이 일하는 모습을 보니 적극 지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이 조합장은 시공사 선정 때도'뒷거래 없다'는 원칙을 적용했다. '조합원 개별 접촉 시 벌금 부과' 조항을 응찰 요건으로 제시했다. 이후 조합원을 접촉한 건설사 두 곳으로부터 1억4000만원의 벌금을 걷어 조합원에게 돌려줬다. 인 · 허가 과정에서 특별한 이유없이 공사비를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등 조합원 부담 증가를 원천 차단했다.

'삼선 SK뷰'는 총 430가구로 일반분양 물량은 237가구다. 24일 견본주택 문을 열고 29일부터 사흘간 청약을 받는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