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 OECD의 감세정책 훈수…"박재완 장관이 맞다"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

소득세·법인세 낮추고
소비세·부동산세 늘려야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사진)은 20일 "소득세와 법인세를 낮춰야만 투자가 늘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녹색성장 서밋 2011' 참석을 위해 방한한 구리아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추가 감세 유지에 대한) 주장은 현재 한국 상황을 감안했을 때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법인세 · 소득세 감세 철회를 둘러싼 당 · 정 간 갈등에서 정부 편을 들어준 셈이다. 한나라당은 지난주 의원총회에서 법인세 · 소득세 감세 철회를 사실상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감세는 예정대로 유지하는 게 맞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구리아 총장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규모를 줄이는 게 당연하고 공공지출에서 추가 지출할 여지는 없다"면서도 "글로벌 금융위기로 영향받거나 이전부터 불리한 입장에 있던 계층은 최대한 보호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득세와 법인세 감세로 인한 부족분은 소비에 대한 세금을 늘려 확충하면 된다"며 소비세 인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구리아 총장은 "한국은 부가가치세율이 OECD 평균인 18%에 비해 많이 낮은 10% 수준"이라며 "부가가치세율을 올리는 방법을 택하면 한국이 경쟁력을 잃지 않고 OECD의 다른 회원국들보다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리아 총장은 나아가 "한국이 부동산에 부과하는 세금을 더 늘리는 한편 탄소배출량에 대해 '녹색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며 "화석연료 사용량도 줄이고 세수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값 등록금'을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만나 대학 등록금 문제를 포함한 교육 현안에 대해 조언했다. 구리아 총장은 "대학 등록금을 낼 수 있는 학생은 내고,낼 수 없는 학생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취업한 뒤 갚도록 하는 게 가장 공정하고 이상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현재 세계 경기에 대해서는 '소프트패치(경기 회복기의 일시적 둔화)' 상태라고 진단했다. 구리아 총장은 "회복세가 다소 둔화하고 있긴 하지만 수요가 살아나고 무역도 위기 전 수준을 회복하는 등 세계 경제 전반이 실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실업과 재정적자가 관건이지만 가까운 시일 내 더블딥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