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488억 '철퇴'

대포통장 개설, 판돈 3375억
재산 압류…2차 세무조사 계획
경기도에 사는 정모씨 등 4명은 2년 동안 필리핀에 서버를 두고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 정씨 등은 이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에게 사이버머니 5만원을 즉시 지급했다. 이 돈을 다 잃은 회원이 도박을 계속하려면 현금을 '대포통장'에 입금하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모은 회원이 2800여명,판돈은 2250여억원이나 됐다.

정씨 등은 돈을 딴 회원이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바꿀 때 10%를 환전수수료로 받아 126억원을 챙겼다. 은행에 입금할 수 없는 불법 수익이었던 탓에 이들은 부동산으로 눈을 돌렸다. 분당의 200㎡대 아파트와 용인 인천 등 수도권의 아파트,상가,토지 등을 모친과 배우자 명의로 사들였다. 이들의 행각은 국세청의 첨단탈세방지센터 추적망에 걸렸다. 국세청은 이들이 불법 수익으로 사들인 부동산 등 97억원의 재산을 압류하고 소득세 등 274억원을 세금으로 추징했다.

국세청 첨단탈세방지센터는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정씨 등 개인 4명과 법인 43곳에 대해 지난달 세무조사를 벌여 488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개인정보를 도용해 위장 법인을 설립한 뒤 해당 법인 명의로 이른바 '대포통장'을 개설해 자금의 입 · 출금을 관리하는 수법으로 도박 사이트를 운영했다. 개인정보 도용은 생활정보지에 대출 광고를 게재한 후 대출 신청인으로부터 신분증,인감증명 등을 받는 수법으로 이뤄졌다.

이들이 개설한 대포통장은 141개,대포통장에 입금된 판돈은 3375억원에 달했다. 이들이 도박 게임에서 딴 고객들의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해주면서 받아 챙긴 환전수수료 수익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261억원에 이른다. 자금 흐름을 추적한 결과 대포통장으로 들어온 돈은 곧바로 여러 대포통장으로 분산 · 송금된 후 대부분 현금으로 인출됐다. 현금 가운데 일부는 해외로 송금되거나 가족 명의 부동산 등으로 은닉됐다.

국세청은 조만간 인터넷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에 대한 2차 세무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