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강점과 약점]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통해 수익성 확대…M&A에선 학습비용 지불

국내 화학섬유 사업사에 큰 획을 그은 동양나이론 설립으로 출발한 효성은 지난 40여년간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온 중견 복합 기업이다. 사업 부문은 섬유,산업자재,화학,중공업,건설,무역 등으로 구성돼 있다. 어느 상장사보다도 다각화하고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화학사업군(群)인 섬유,산업자재,화학 부문은 TPA(화학),폴리에스터(섬유),섬유 타이어코드(산업자재) 등이 유기적으로 수직 계열화돼 있어 사업 부문 간 시너지가 높다. 중공업 부문의 송배전사업은 국내 1위를 달리고 있고,화학사업군에서는 섬유 부문의 스판덱스와 산업자재 부문의 타이어코드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효성의 장점은 이같이 다각화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최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 인수 · 합병(M&A) 성장 전략의 성과가 낮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받는다.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

효성은 2007년 이후 스판덱스를 비롯한 섬유 부문의 실적 개선을 필두로 화학,중공업,산업자재 사업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한 사업 부문에 이어 다른 사업 부문이 업황 호전을 맞는 선순환에 따른 수익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06년 3700억원이던 '법인세차감 전 순이익(EBITDA)'이 꾸준히 성장해 2009년부터는 7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에도 중공업,섬유,화학을 중심으로 수익성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공업 부문의 송배전사업 수익성 확대는 효성의 수익성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역할을 했다. 작년부터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의 자동차 수요 확대로 타이어코드를 중심으로 한 산업자재가 안정적인 수익 성장을 나타내고 있다.

중 · 장기적 글로벌 시장 지위 향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중공업 부문은 수주 국가를 2009년 29개국에서 지난해 45개국까지 빠르게 늘렸다. 지난해 초에는 시장 진입 과정의 불가피한 단계인 저가 수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지만,중 ·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수주 경험 확대가 전반적인 사업 부문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다. 올해 단기적으로 나타날 전망인 중공업 수익성 둔화는 산업자재,화학,섬유 등의 업황 호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세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늘어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스판덱스 및 타이어코드를 중심으로 중국 베트남 터키 브라질 미국 등 세계 각국에 대한 현지 투자를 확대해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과 글로벌 경영 기반을 확충하고 있다. 스판덱스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연 11만2000t으로 세계 시장의 25%를 점유하고 있다. 타이어코드는 올해 말 연 18만7000t의 생산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43%로 압도적인 1위다. 이 같은 시장 내 입지 향상은 시장가격 선도를 가능하게 해 이 회사의 수익성 제고에 보탬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M&A 성장전략은 낮은 성과

기업의 성장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뤄지게 마련이다. 특히 중 · 장기적인 성장성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 전망 외에도 영업활동을 통해 만들어진 현금 흐름을 어느 곳에 투자할 것인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효성은 2007년 이후 나온 영업 현금을 섬유와 산업자재,중공업 등 국내외 투자처에 집중했다. 이들 신규 투자는 향후 효성의 중 · 장기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회사의 미래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추진한 M&A 투자는 효성의 성장성을 저하시키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각화한 사업군을 갖고 있는 만큼 효성은 금융,IT소재,건설 등 다양한 기업을 M&A했지만 가시적인 성과 면에서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건설회사인 진흥기업 인수를 꼽을 수 있다. 주택 위주의 기존 건설사업 부문을 보완하기 위해 토목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진흥기업을 인수했지만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물론 4000억여원의 투자손실을 보고 있다. 이로 인해 효성이 갖고 있는 기업 성장 잠재력까지 떨어지는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비싼 학습비용을 치른 만큼 지금까지의 경험은 향후 M&A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영국 KTB투자증권 연구원 ykyoo@kt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