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종부세 산정 잘못됐다"] 2009년 이후 종부세 2조4000억…대규모 '환급 사태' 오나

법원 "재산세 감면액 부당하게 적게 산출했다"
국세청 "법원이 공정가액 잘못 이해…즉시 항소"

국세청의 종합부동산세 세액 산출이 잘못됐다는 행정법원의 판결은 한마디로 납세자들이 2009년부터 원래 내야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왔다는 것이다. 종부세에 재산세까지 이중으로 징수당했다는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법원,'종부세액 산정 과정에 문제 있다'종부세는 공시가격이 일정 기준(주택 6억원,종합합산 토지 5억원,별도합산 토지 80억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에 한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액을 산출한다. 이후 세율을 곱해 나오는 종부세액에서 초과분에 해당하는 재산세액을 공제해주는 구조로 돼 있다.

법원이 문제를 삼은 부분은 '이중과세를 막기 위해 종부세 산출세액에서 빼주는 재산세액이 부당하게 적게 산출됐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공시가격에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금액'에 '재산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뒤 '재산세 세율을 적용해 공제할 재산세액을 산출'했다.

가령 10억원짜리 종합합산 토지라면 5억원(기준인 5억원 초과분)의 80%(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인 4억원에 대해서 재산세 공정시장가액비율(70%)을 곱하고 또다시 재산세율(0.2~0.5%)을 곱해 공제 재산세액을 산출했다는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국세청은 2009년 11월16일 기업은행이 갖고 있는 공시가격 20억8200만원짜리 주택에 종부세 668만원을 부과,법원이 산정한 650만원에 비해 18만원을 더 거뒀다. 비슷한 가격대의 주택을 가진 개인들도 이 정도 세금을 더 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 사건을 담당한 법무법인 율촌 측은 "종부세는 국세이고 재산세는 지방세지만 과세 물건은 하나로 같다"며 "현재 종부세 시행규칙에 따르면 이는 이중과세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즉시 항소할 것'국세청은 "이번 판결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 고위 관계자는 "법원이 공정시장가액비율의 개념과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 같다"며 "종부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거두고 공제는 전체에 대해 해주라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법원 판결대로라면 종부세 과표가 일정 수준 이하일 경우 공제해주는 재산세가액이 종부세액에 육박해 납부 세금이 아예 없어지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고 국세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 시중은행 세무사도 "법원은 종부세 대상이 되는 부분에 대한 근본적인 이중과세 방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국세청의 과세 논리에도 세법상 타당성이 없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상급 법원에서 또 한차례 논리 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혼란 불가피

2008년까지는 해마다 종부세 과세적용비율을 정해 과표를 계산했으나 2009년부터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새로 도입됐다. 대법원에서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2009년부터 징수된 종부세(농어촌특별세 20% 포함)를 모조리 다시 계산해 환급해줘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납세자들의 경정 청구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세청은 경정 청구가 들어오기 전에 더 거둔 세금을 돌려주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 공정시장가액비율세금을 부과하는 기준인 과세표준액을 산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이다. 2008년까지는 과표적용 비율을 해마다 5%씩 인상하는 방식을 썼으나 2009년부터 공정시장가액비율 제도로 바뀌었다. 재산세는 주택 60%,토지 70%가 각각 적용되고 종합부동산세는 주택 토지 모두 80%다.


서욱진/심성미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