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반값…' 앞서 '제빵왕 김탁구' 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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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장 등 전문인재 양성이 중요…대졸 아니어도 대접받는 사회돼야대학 등록금 문제가 사회 안팎으로 이슈다. 반값 등록금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대학생들의 연일 계속되는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 요구에 각 정당과 관료,교육계 전문가들이 이에 대한 견해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들어보니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너무 높다는 데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 현실에서 한정된 국가 재원으로 그 많은 대학생을 한꺼번에 지원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모두가 등록금과 취업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이때 장학재단과 기업이 함께 청소년의 적성과 소질을 조기에 발굴해 전문인이 될 수 있게 지원하고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시도되고 있어 눈여겨 볼 만하다. 최근 서울장학재단과 제과 · 제빵 전문기업인 조선호텔베이커리가 업무협약을 맺고 '희망파티쉐 장학사업'을 시작했다. 희망파티쉐 장학사업은 서울시내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 가운데 '제빵왕 김탁구'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장학재단과 기업이 나서서 그들의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장학사업의 의미가 장학금만을 지급하는 좁은 의미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실제 사회에 나왔을 때 필요한 능력을 개발하도록 도움을 준다는 데서 그 의미가 크게 확장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학재단과 조선호텔베이커리는 선발된 학생들에게 파티쉐가 되는 데 필요한 제빵 이론 교육과 실습 기회를 제공하고,자격증 시험도 볼 수 있게 지원한다. 3년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면접을 통해 정규직 취업 기회까지 준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1학년인 어린 학생들의 인성 교육을 위해 10년 이상 빵을 만들어 온 조선호텔베이커리의 기능장들이 멘토로 나선다고 한다.
처음 시작하는 사업임에도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장학재단과 기업이 내세운 파격적인 조건도 영향이 있었겠지만,어린 학생들은 면접관도 놀랄 정도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전문가 수준의 관심을 보여주었다. 기업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에 필요한 전문 인재를 확보하고,아이들은 꿈을 실현할 수 있게 안내해주는 좋은 길라잡이를 만나 즐겁게 미래를 준비할 것이다. 대학교육은 대학이 아니면 배울 수 없을 때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에서는 해마다 직무별로 필요한 인원을 채용하지만,모든 포지션이 대학교육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파티쉐가 꿈인 아이들도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해 비싼 등록금을 치러가며 대학을 다닐 필요는 없다.
제과 · 제빵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청소년 조기 교육이 가능하다. 대학의 지식이 꼭 필요한 분야가 아닌 요리,패션이나 미용과 같이 직능 교육이 우선인 직업 분야에서 학생들의 꿈과 재능을 조기에 발굴해 키워줄 수 있는 사업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요즘 방송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코리안 갓 탤런트'나 '스타 오디션-위대한 탄생'과 같은 프로그램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들은 대부분 어려운 환경에서 어릴 때부터 자신의 꿈을 갈고 닦아온 사람들이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탓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그것을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학생들도 남들 따라 대학을 선택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과 재능이 무엇인지,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면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미래에 대한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학 졸업장이 없다고 해서 능력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편견을 고쳐나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지금은 반값 등록금과 재원 조달에 대한 논란보다는 미래의 인재들이 대학 졸업장 없이도 차별 받지 않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학교와 기업,정부와 국민 모두가 대안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황영기 < 서울장학재단 이사장 /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