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앞세운 롯데-신라, 소리없는 면세점 전쟁


국내 대표 면세점인 롯데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명품 브랜드 입점을 앞세워 치열한 자존심 경쟁을 펼치고 있다.

현재 국내 면세점 시장은 AK면세점을 인수한 롯데면세점이 55.7%의 시장점유율로 절대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29.1%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호텔신라 면세유통 부문 매출(1조2147억원)이 전년 대비 25% 이상 성장해 롯데면세점을 맹추격중이다.특히 신라면세점은 롯데면세점과의 루이비통 입점 경쟁에서 승리를 거둬 올 하반기 공세를 앞두고 있다.

◆ 루이비통의 선택은 '신라면세점'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와 신영자 롯데면세점 사장은 직접 인천공항으로 찾아가 유치 작전에 나섰다.이들이 루이비통 입점에 애간장을 태운 데는 이유가 있다. 브랜드 자산가치가 198억 달러에 달하는 루이비통은 그동안 명품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세계 공항 면세점 업체의 입점 제안을 거절해왔기 때문이다.

두 면세점은 '세계 최초의 루이비통 공항 면세점' 타이틀과 함께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 4월 인천공항 쇼핑시설인 에어스타 애비뉴를 둘러본 후 입점을 결심한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같은 해 11월29일 삼성그룹 계열 호텔신라와 인천공항 면세점 입점을 최종 결정, 30일 방한해 계약을 체결했다. 루이비통 공항 면세점은 오는 9월 면세품 인도장과 서점 등이 있는 공항 면세지역 중앙부 27번, 28번 게이트 사이에 들어설 예정이다. 면적 또한 다른 명품 브랜드보다 4~5배 가량 큰 규모로 500㎡(150평)에 달한다.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신라면세점과 인천공항공사는 쇼핑시설의 지명도와 수준이 환승 공항 선택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루이비통 입점이 2015년 환승객 1000만 명 유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자존심 구긴 구찌, '롯데면세점'으로 이사국내 명품시장에서 루이비통에 버금가는 지명도를 가진 구찌는 신라면세점에서 철수한다.

22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구찌는 인천공항 내 신라면세점에 들어선 점포 2곳을 모두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관련,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수입 브랜드들이 평균 두자릿 수로 성장했으나 구찌는 마이너스 성장했다. 또 매출 순위 '빅4'에서 프라다에 추월 당해 5위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구찌가 롯데와 신라에 제시한 마진율이 너무 낮아 신라는 거절했고 롯데는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찌 측은 루이비통을 향한 호텔신라의 파격적인 대우에 동급 대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비통보다 훨씬 작은 매장 면적과 높은 수수료율 인하 등 지금보다 좋은 조건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이었다.

호텔신라 측은 구찌 측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구찌는 인천공항 내 신라면세점 점포 2곳을 모두 빼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구찌그룹코리아 관계자는 "롯데호텔이 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에 옮긴 것" 이라며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과 제주 신라면세점에선 계속해서 영업을 할 것이다"라고 해명했다.구찌는 오는 11월 인천공항 내 롯데호텔 면세점과 김포공항 내 롯데호텔 면세점 등 2곳에 각각 130㎡(40평) 규모로 입점키로 합의했다.

한경닷컴 유원 기자 u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