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진짜 고비는 다음주 '긴축안 통과'

내각 신임안 통과했지만… 국론분열 극복이 과제
EU, 그리스판 마셜플랜 검토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새로 구성한 내각이 21일 실시된 의회 신임투표를 통과하면서 그리스 재정적자 위기는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 재정적자 위기로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진 그리스가 구제금융의 전제조건인 과감한 긴축정책을 실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재정적자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기까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내주 긴축안 신임 투표가 최대 고비파판드레우 총리 새 내각이 의회의 신임을 받으면서 향후 그리스의 운명을 결정할'긴축정책'의 의회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 의회가 2015년까지 285억유로 규모 재정긴축을 실시하고 500억유로 규모 국유자산을 민영화하는 내용을 담은 '중기 재정 계획'을 통과시켜야 지난해 약속한 구제금융 중 5차분 120억유로를 내달 중순 집행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리스가 강력한 긴축정책을 실행해야만 유럽연합(EU)과 IMF가 구상하고 있는 1200억유로 규모 추가 구제금융이 가능해지는 등 장기 대책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내주로 예정된 긴축안 의회 처리가 그리스 사태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내분 조짐을 보였던 그리스 집권 사회당이 이번 새 내각 신임 투표에서 이탈표 없이 파판드레우 총리에게 지지를 표시함에 따라 28일께 표결 처리 예정인 '중기 재정 계획' 법안은 의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집행위원회 위원장은 "EU가 그리스 디폴트를 막기 위한 응급책으로 EU의 빈국개발 기금을 그리스 지원으로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AP통신은 "2차 세계대전 후 독일 경제를 복구했던 마셜플랜과 유사한 지원책이 그리스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생겼다"며 "23~24일 EU 정상회의에서도 이 같은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생존보장' 아무도 못해

독일 경제 일간 한델스블라트는 "신임안 통과로 첫 번째 장애물(허들) 하나를 넘었을 뿐 곧바로 다른 허들이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그리스 침몰 위기에서 일단 파판드레우 총리만 생존했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모하메드 엘 에리안 최고경영자는 "그리스와 다른 유럽 국가들이 디폴트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을 바꾸지 않았다. 문제는 막대한 그리스 재정위기를 해결할 근본 처방이 없다는 데 있다. 그리스는 2015년까지 총 1980억유로 규모 국채의 만기가 돌아온다. 하지만 올해 그리스 경제는 성장은커녕 6년 전(2005년) 수준으로 후퇴했고,2005~2010년 동안 산업생산 증가율은 -16.1%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도 36.1%에 이르는 등 재정위기를 극복할 성장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그리스 내 정치 불안이 여전하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는 "파판드레우 총리가 집권 사회당 의석 수인 155표의 지지만 받았다"며 "당내 단합은 이뤘을지 모르지만 국론 분열은 변함없다"고 지적했다. 한델스블라트도 "내각 신임안이 통과되자 의회 밖에 진을 치고 있던 2만명의 시위대가 축하가 아닌 분노의 시위를 새벽까지 벌였다"고 꼬집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