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NH증권 HTS 오류…증거금 없이 12억 옵션주문 체결

반대매매로 1억7100만원 손실…피해 더 있을수도
NH "알고도 악용…보상 못해" 투자자 "말도 안돼"
지난 2월28일 발생한 NH투자증권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오류는 거래내역이 단순히 외부에 유출된 것을 넘어 투자자에게 물질적인 피해를 줬다는 점에서 심각하다는 게 중론이다. 하루에도 수조원이 거래되는 HTS의 신뢰성에 타격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월과 이달 16일에도 투자자의 거래내역이 HTS를 통해 송두리째 유출되는 사고를 낸 적이 있어 전산시스템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증거금 없는데 옵션주문 체결돼

지난 2월28일 발생한 사고는 NH투자증권의 HTS 오류에서 비롯됐다. 정상적인 HTS에서는 증거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파생상품 주문을 내면 거래가 체결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12억5000만원의 증거금이 필요한 옵션 매도거래가 이뤄졌다. 당시 피해자인 박모씨 계좌에 추가로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증거금은 한푼도 없었다. "내 뜻과 관계없이 이뤄진 일"이라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NH투자증권도 오류를 인정했다. 박씨가 그만한 주문을 냈어도 거래를 금지해야 마땅했지만 전산 오류로 인해 주문이 체결됐다는 게 NH투자증권의 설명이다. NH투자증권은 오류가 나타난 원인을 담당 직원의 잘못으로 돌렸다. 지난주 고객 거래내역이 유출됐을 때와 똑같은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선물 · 옵션 매매 과정에서 증거금이 시시때때로 바뀌다 보니 직원이 계산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납득되지 않는 설명이라는 반응이다. A증권사 전산담당자는 "증거금은 시스템이 알아서 산출하는 것으로 직원이 산출 과정에 개입해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B증권사 HTS총괄팀장도 "고객의 증거금을 계산해 투자한도를 산출하는 것은 HTS의 기본"이라며 "어떻게 그 같은 오류가 발생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비슷한 사고가 더 많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손실보상 범위 놓고 논란박씨는 HTS 오류로 인한 거래체결로 1억71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 다음날인 3월2일 반대매매를 당해 자신의 투자금 6600만원과 오류로 주문이 체결된 12억5000만원 중 1억500만원을 잃었다는 게 박씨의 주장이다. 박씨는 "HTS 오류에 따른 피해인 만큼 피해액을 전액 NH투자증권이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HTS 오류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투자자의 손실을 전부 보상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HTS 오류로 증거금이 없는 상태에서 옵션매도 계약이 체결되는 것을 확인한 박씨가 오류를 이용해 투자금액을 최대한 부풀렸다는 이유에서다.

정봉희 NH투자증권 준법감시인은 "해당 계좌에서는 29차례에 걸쳐 문제가 된 옵션 매도 주문이 나왔다"며 "주문 와중에 틈틈이 평가액을 조회한 기록이 남아 있는 것을 봤을 때 박씨가 오류를 악용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가 오류를 알고 수익을 극대화 하기위해 레버리지를 최대한 일으킨 만큼 자신의 투자행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NH투자증권은 따라서 HTS 오류로 발생한 손실금 1억500만원 중 10%만 보상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씨는 이에 대해 "일일이 호가와 주문수량을 입력하는 주식 현물거래와 달리 파생상품은 클릭 한 번만으로 주문이 나간다"며 "계좌에 있던 돈으로 포지션을 설정한 뒤 이후 HTS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클릭을 했을 수 있지만 주문이 나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또 "그날 저녁에야 주문이 추가로 나간 것을 알았다"며 "전례가 없는 HTS 오류를 주문 과정에서 알았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