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경매에 300억대 건축문화유산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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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업 씨가 설계한 '한국미술관'건축가 김중업(1922~1988)이 설계한 서울 가회동 '한국미술관'이 새 주인을 찾는다. 또 김환기의 1950년대 그림,앤디 워홀과 마크 퀸의 작품,유백색의 조선 백자 달항아리 등 명작들이 대거 경매에 나온다.
서울옥션, 29일 그림 170점 경매
서울옥션(대표 이학준)은 오는 29일 서울 강남 경매장에서 건축 문화유산인 '한국미술관'을 비롯해 170여점(추정가 총액 70억원)의 근 · 현대미술품 및 고서화,민속품 등을 경매에 부친다. 서울옥션 측은 "출품작들의 경매 시작가를 시중 시세보다 비교적 낮게 책정했다"고 말했다.
◆건축문화유산 첫 중개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우리나라 대표 건축가인 김중업이 설계한 가회동 '한국미술관'이다. 그림,조각을 파는 미술품 경매에 건축물이 등장한 것은 처음이다. 추정가 300억원에 나온 '한국미술관'은 대지 1233.1㎡(약 373평)에 철근 콘크리트로 지어진 3층짜리 건물이다. 세계적인 건축가 르 코르뷔제에게 건축미학을 배운 김중업이 한국적 정체성을 살리면서 서구적인 건축 언어로 소화한 작품이다.
건축 당시에는 주택으로 세워졌으나 이후 미술관으로 용도가 변경됐고 현재는 소유주가 거주하고 있다. 이 건물 시세는 3.3㎡당 7500만원 정도로 실제 거래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이뤄진다. 대신 서울옥션은 28일 오후 가회동 건물을 일반에 공개하고 건축물의 미술적 · 건축적 가치를 소개하는 식으로 중개 자문 역할을 하게 된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건축물의 예술적 가치를 경매에서 다루는 것은 국내 최초"라며 "이미 해외에서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등 유명 건축가의 건축물이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그 가치를 새롭게 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인기 화가 170점 출품
침체된 국내 미술시장이 바닥 탈출 조짐을 보이면서 출품을 미뤘던 작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김환기의 1955년 작 '달항아리와 매화'(60×91㎝)가 추정가 15억원에 경매에 부쳐진다. 프랑스 유학 시절 개인전에 출품해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유화 작품이다. 그의 평생 모티브가 됐던 매화와 달항아리가 화면 전체에 단순하면서도 힘있게 묘사됐다. 그의 또 다른 정물화는 추정가 1억2000만~1억8000만원에 나온다. 이우환의 1978년 작 '선으로부터'는 추정가 4억2000만~4억8000만원에 출품된다. 미국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캠벨수프 박스'(3억5000만~4억5000만원)를 비롯해 장샤오강의 '동지 시리즈-남자'(3억~4억원),마크 퀸의 꽃그림 '아침 딸기'(2억2000만~2억8000만원)도 비교적 싼 가격에 나온다.
고미술품으로는 청전 이상범의 '추경산수'가 추정가 2억5000만~3억원,18세기에 제작된 '백자호(白磁壺)'가 1억3000만~2억원에 경매된다. 추상화가 이승조 · 윤형근,민중화가 신학철,'한국의 로트렉' 손상기,최욱경,정창섭,류경채,하동철 씨 등 한국 미술 시장에 활력을 불러넣을 유망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특별 섹션 'Unveil'도 마련됐다. 이들 작품의 추정가는 1500만원부터 1억2000만원까지다.
서울옥션 측은 "세계 미술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국내 미술시장에도 기대감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뷰는 28일까지 서울옥션 강남점 전시장에서 진행된다. (02)395-033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