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도입 긴급 좌담회②<끝>] '키맨' 도덕성이 가장 중요…규제허들 단계적 완화 바람직

'한국형 헤지펀드'의 국내 도입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헤지펀드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20일 입법예고됐다. 앞으로 규제개혁위원회와 법제처 심사, 차관ㆍ국무회의 등을 거치면 연내 '헤지펀드 1호'가 탄생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의 온라인뉴스미디어인 <한경닷컴>은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3년간 관련업계 모두가 기다려온 실질적인 '헤지펀드 원년'을 맞아 21일 한국경제신문사빌딩 10층 한경닷컴 본사에서 권대영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 과장, 강창주 하나UBS자산운용 마케팅 본부장(상무), 김성하 미래에셋증권 전략기획본부 이사 등 헤지펀드 최고 전문가 3인을 초청해 '헤지펀드 도입 긴급 좌담회'를 열었다.앞으로 '키맨(Key-man)'인 운용인력의 도덕성이 한국형 헤지펀드의 성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비즈니스 자체가 핵심인력의 아이디어로 움직이는 '키맨 이슈'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서 금융당국을 비롯한 업계 전문가, 학계 등의 오피니언 리더들, 언론사 등이 한 방향으로 공동의 노력을 해 나가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다음은 <한경닷컴>의 '헤지펀드 도입 긴급 좌담회' 전문이다.

△사회=시행령 개정안 중 실례로 제시된 설립 기준(자산운용사 수탁고 4조원, 증권사 자기자본 1조원, 투자자문사 일임계약액 5000억원)은 확정된 것인가?▶권 과장=금융당국은 앞으로도 계속 업계, 학계 등 모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갈 계획이다. 이미 발표된 개정안을 또 다시 정비할 것이라는 부분은 대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다만, 정부의 분명한 입장은 도입 초기에 '규제 허들'을 다소 높이되 시장의 성숙도를 살펴 규제 완화를 검토할 것이란 방침이다.

▶강 상무=헤지펀드는 제도권 안에 있는 금융산업이 아니다. 한국은 전 세계에 자동차, 휴대폰 등에 이어 최근 한류 문화까지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상품의 수출 실적은 전무하다.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 주변의 경쟁국가들과 비교해도 이미 많이 뒤떨어진 상황이다. 정책당국이 헤지펀드를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키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헤지펀드 도입을 위한 제도가 완비됐다. 다만, 투자자문사협의회가 일임계약 기준(5000억원)을 두고 불만이 커지는 등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관련 시장이 연착륙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김성하 이사=헤지펀드 시장의 안착을 위해 우선 양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질적이 발전이 더 중요하다. 도입 초기에는 자기자본 등이 큰 곳들, 투자실패시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투자자들 위주로 관련 시장이 형성돼야 안정적이다.

▶강창주 상무=헤지펀드의 첫 도입이기 때문에 정책당국의 고민이 깊을 것이다. 미국, 유럽 등 헤지펀드 선진국들은 관련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다. 헤지펀드 생태계가 잘 만들어질 수 있도록 일정부분 규제를 통해 제도적으로 정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돈 놓고 돈 먹는' 머니게임으로 변질되서는 안된다. 대형 증권사들이 비교적 시스템 정비에 대응력이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대영 과장=헤지펀드는 일종의 금융벤처다. 조직 자체가 작고 빠르다. 비슷한 성격의 투자자문사 등 투자 레코드를 쌓아온 곳들이 먼저 시장을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는 만큼 도입 초기에는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시장이 안착되고 나면 단계적으로 종전의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 현재 자본시장법 개정안 역시 확정된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여전히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사회=개인의 단일 헤지펀드 최소 투자금액이 5억원으로 결정됐다. 이럴 경우 대상은 약 1만명(소득기준) 정도로 극히 한정돼 있다. 따라서 다양한 헤지펀드에 분산투자하는 재간접 헤지펀드(펀드 오브 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일반 봉급 생활자들이 헤지펀드로 재테크할 수 있나?

▶권 과장=재간접 헤지펀드가 일반투자자들을 위한 투자처가 될 것이다. 단일 헤지펀드 외에도 재간접 헤지펀드의 최소 투자금액 기준이 논의되고 있다. 1억원 또는 2억원이 될 것이다. 3분기 중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강 상무=재간접이라는 형태의 틀을 제공하는 곳이 바로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이다. 재간접 헤지펀드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관련 전문가들의 안목을 믿어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재간접 헤지펀드의 최소 투자금액 만큼은 당초 예상보다 규제가 완화됐으면 좋겠다.

▶권 과장=일종의 '구획정리'라고 표현하고 싶다. 국내 금융시장은 뮤추얼펀드에서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자문형 랩 등을 거쳐 이제 헤지펀드 도입까지 다다랐다. 전반적으로 투자상품 간 구획정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가령 자문형 랩의 경우 수수료는 다소 높지만 개인투자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곳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고, 재간접 헤지펀드는 이보다 좀 더 전문화된 상품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업계 스스로 분명한 기준을 제시해 줘야 한다. 실제 자문형 랩의 경우 최초 투자금액이 약 1억원 정도에서 1000만원, 심지어 300만원~500만원 수준까지 떨어졌는데 이렇게 관리해서는 앞으로 시장 발전이 더딜 수 밖에 없다.

▶김 이사=재간접 헤지펀드의 경우 최소 가입금액을 1억원으로 하더라도 사모펀드 규정(49인 이하)에 따르면 49억원에 불과하다. 현행 규제로는 5~10개 정도의 헤지펀드에 자산을 배분하는 재간접 헤지펀드 운용이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권 과장=49인 이하 규제에 전문투자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업계에선 일반 개인투자자들을 위주로 헤지펀드 사업 역시 진행라고 싶어하지만 개인들을 이 시장에 더 많이 끌어들이는 게 옳은 지 여부에 고민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전문투자자들을 포함하면 49억원이 아니라 500억원의 펀드 조성도 가능하다.

▶김 이사=앞으로 재간접 헤지펀드의 경우 5~10개 이상에 분산투자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무엇보다 사전 교육이 중요하다. 투자자는 물론 판매직원들이 헤지펀드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투자자들도 헤지펀드를 소위 '대박 상품'이 아닌 '중위험 중수익' 정도를 쫓는 안정적인 투자상품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사회=헤지펀드의 운용인력에 대한 시장의 궁금증도 많다. 3명의 운용력이 꼭 필요한데 인가기준은 무엇인가?

▶권 과장=이 기준은 당초 5인 이상에서 3인으로 낮춘 것이다. 헤지펀드는 본래 '규제 허들'이 없어야 하지만, 인적 요건을 제시해 허들을 다소 높였다고 보면 된다. 대체로 국내외 펀드운용 경험이 있으면 된다. 업계 스스로 우수한 인력을 뽑아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안정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 제도권 내 전문인력이 기본 토대를 형성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비제도권 운용인력이라 해도 해외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해본 경험이 있거나 다양한 헤지펀드의 운용전략을 구사해본 인력들도 해당될 수 있다.

△사회=헤지펀드에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 브로커(Prime Broker) 업무를 할 수 있는 투자은행(IB)이 되기 위한 기준(자기자본 3조원)도 마련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종합 IB로 지정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나?

▶권 과장=프라임 브로커는 자기자본도 커야하고 위험관리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프라임 브로커는 헤지펀드산업 내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꽃'이다. 따라서 대형 IB와 연계해 대부분 관련 기준을 살펴봐야 한다. '규모의 경제' 논리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자기자본 규모는 커야 한다. 그러나 시장에 알려져 있는 3조원 가량의 자기자본 기준은 실제로 그렇게 높은 규제가 아니다. 후순위채권, 유상증자 등에 적극 나설 경우 IB로 지정될 수 있는 증권사들은 늘어날 수 있다.

△사회=헤지펀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이 운용인력에 대해 펀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뭐라고 생각하나?

▶권 과장=헤지펀드산업은 비즈니스 자체가 핵심인력들의 뛰어난 아이디어로 진행된다. 따라서 '키맨'인 운용인력의 도덕성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 부분은 공교롭게도 규제를 하기 어려운 운용의 영역이다.

▶김 이사=운용인력들의 올바른 윤리의식이 하루빨리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또 이들은 국내의 '롱-숏 전략'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무대에서 다양한 전략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매년 한 차례 '헤지펀드 어워드'가 열리는데 국내의 헤지펀드가 여기에 이름을 올리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재간접 헤지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증권사들도 3년 전부터 글로벌 헤지펀드를 다니며 얻은 평가능력을 발휘해 헤지펀드의 시장 안착에 힘을 보태줘야 할 것이다.

△사회=내년이 실제 헤지펀드의 착근기가 될 것이다. 운용사, 프라임 브로커, 투자자들이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면 무인가?

▶강 상무=최근의 헤지펀드에 대한 '열병'이 그리 달갑지 만은 않다. 일반투자자들게 벌써부터 쓸데 없는 기대심리를 주면 안 된다. 헤지펀드는 높은 수익만 주는 '마법의 칼'이 아니다. 헤지펀드는 적절한 투자리스크를 안고 투자해 적절한 수익을 얻어내는 곳이다. 무엇보다 공모와 사모 펀드의 영역이 철저히 구분돼야 한다.

또 헤지펀드는 '타이밍 투자'가 아니다. 레버리지 400%를 항상 쓰면서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레버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안정적으로 헤지를 걸어 투자하는 것이다. 헤지펀드가 도입된 이후에 당초 예상보다 낮은 수익률에 실망하지 말고, 장기적으로 '플러스' 수익에 만족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 이사=금융위기 이전까지 투자자들이 헤지펀드를 판단하는 기준은 대부분 수익률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지난 뒤 헤지펀드에 대한 평가는 리스크 관리, 투명성이 위주로 떠올랐다. 기관투자가들도 헤지펀드에 투자하면서 6~7% 정도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헤지펀드는 결코 '대박 펀드'가 아니다. 앞으로 판매사들의 책임이 상당히 커질 수 있다. 불완전 판매를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판매사는 분명 올바른 정보 제공으로 투자자들을 이해시켜야만 한다.

사회=한경닷컴 온라인뉴스국 변관열 증권팀장/정리=정현영 기자
사진=한경닷컴 변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