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집값 '테크노밸리'에 물어봐

9월 개통 앞둔 판교역 호재 "입주 때 이미 반영"
판교역 인근 중개업소 "테크노밸리 영향 더 커"

지난 22일 낮 1시. 석 달 뒤 개통되는 신분당선 판교역 주변 부동산 시장을 알아보기 위해 판교신도시로 향했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1005-1번 광역버스를 타고 40분 정도를 달려 경부고속도로에서 판교IC 근처의 낙생육교역에서 내렸다.순간 눈앞에 보인 건 제멋대로 자란 풀로 가득한 나대지였다. 나대지 한 가운데로 판교역이라는 팻말을 단 조그만 입구가 보였다. 개통을 코앞에 둔 역사라고 하기엔 횅한 분위기였다.인근 중개업소를 찾아가 물으니 '알파돔시티'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알파돔시티는 강남과 분당, 광교신도시와 연결되는 판교역에 조성되는 수도권 최대의 복합 쇼핑몰이다.

코엑스의 4배인 120만㎡의 규모로 2014년까지 백화점, 호텔, 주상복합, 영화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하지만 시행을 맡은 (주)알파돔시티가 사업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착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판교역사와 그 주변이 나대지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이유다.

실제 판교역 개통으로 수혜를 받을 단지는 판교역 측면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한 푸르지오 그랑블(8월 940여가구 입주 예정), 역에서 남쪽으로 걸어서 5분 이내에 있는 백현마을 주공휴먼시아 5·6·7단지, 역에서 대각선 위쪽으로 10분 거리에 있는 봇들마을 주공휴먼시아 7·8단지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단지의 부동산값은 역이 개통되더라도 알파돔시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잠잠할 것으로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내다보고 있다.백현마을 5단지 W공인 관계자는 "5단지의 경우 올 봄 이사철에 전용면적 85㎡ 전세값이 3억8000만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석 달 동안 3억2000만~3억5000만 원에 시세가 유지되고 있다"며 “입주 때보다 1억5000만~2억 원 가량 올랐지만 이는 입주 때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약세였던 전세값이 주변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며, 판교역 개통 호재는 2년 전 입주 당시 이미 반영됐다”고 전했다.

판교역 개통 보다는 판교역에서 북쪽으로 걸어서 15분 거리인 판교 테크노밸리를 더 큰 호재로 꼽히고 있다. 판교 역세권은 크게 판교역에 조성되는 알파돔시티, 인근 중심상업지구, 판교 테크노밸리로 나뉜다. 이 가운데 업무시설 단지인 판교 테크노밸리는 판교신도시에 자족기능을 보완해 주기 때문에 다른 신도시와 차별화되는 핵심 요소다.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2013년 말까지 IT·BT·CT(Culture contents)·NT(Nano technology) 등 관련 회사 270여개가 입주할 예정이다. 삼성 테크윈과 SK케미컬, SK텔레시스, 파스퇴르 한국연구소가 이미 입주했고 올해는 안철수 연구소, 넥슨, 미래에셋 등이 들어온다. 경기도는 입주가 완료되는 시점에 상주인구가 8만여 명, 판교 역세권의 하루 유동인구는 10만여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판교 테크노밸리 분양·사무업무 등을 대행하고 있는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판교 테크노밸리는 강남으로 이동이 15분대이고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지방 출장이 용이해 입지적 매력이 높다”면서 “최근에는 의약·바이오 부문을 연구하는 삼양사 연구소가 대전 대덕연구단지에서 이전을 확정했고 현재도 입주를 희망하는 문의전화가 계속 걸려온다”고 말했다.

또 총 32개 필지 가운데 현재 8개 필지, 내년에는 절반 이상이 준공 예정이며 입주가 끝나는 2014년이면 계획대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시장 반응도 테크노밸리 조성으로 인한 배후수요에 대해 기대감이 컸다. 백현마을 7단지 H공인 관계자는 “올 봄 이사철에 테크노밸리 종사자 대상으로 전세 계약은 3~4건 정도 이뤄졌다”면서 “현재 테크노밸리 입주가 20% 정도 이뤄진 것으로 아는데 매년 입주기업이 늘어날수록 거래건수도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봇들마을 8단지 P공인 관계자는 “판교 테크노밸리 입주가 마무리 돼 배후수요가 풍부해지는 2년 후쯤이면 판교에 거주하며 판교 테크노밸리로 직장을 다니는 자족기능이 갖춰지기 때문에 주변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김규정 부동산114리서치센터장은 “판교신도시의 장점인 쾌적한 주거환경을 바탕으로 기업체와 인근 상권, 학원, 병원 등 도시기능이 제대로 갖춰지면 인구유입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향후 판교역 인근은 테크노밸리 조성 호재로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민주 기자 minju1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