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5) "한국 도전정신 사라져…기발한 연구가 없다"

● 과학·기술 인재 10만명 키우자
세계는 '과학두뇌' 전쟁 중…(5) 일본의 산ㆍ학ㆍ연

이시구로 히로시 오사카대 교수
"압도적인 격차가 있다고 생각한다. " 일본 로봇공학의 대가로 꼽히는 이시구로 히로시 오사카대 교수(사진)에게 한국과 일본의 과학 수준을 비교해달라고 하자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로봇 분야에 한정한 얘기"라면서도 "한국은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 역사가 짧고,연구원 수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시구로 교수는 일본 내에서도 직설적인 화법으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이다. "기초 과학에 대한 투자가 미래 10년을 책임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가 보기에 일본과 한국의 과학계는 비슷한 궤도를 따라가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유럽을 따라잡기 위해,한국은 일본을 이기기 위해 늘 새로운 제품을 만들려는 의지가 강했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니까 좀 더 편하게 돈 벌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시구로 교수는 기초 과학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이 같은 현상을 낳게 했다고 강조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본,1970년대의 한국 등 후발 주자 입장에선 과학은 어디까지나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도구였을 뿐"이라며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한 순간 과학을 위한 투자를 등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시구로 교수는 "이공계를 육성하는 유일한 해법은 경제가 붕괴되는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런 문제에 관한한 한국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 이시구로 교수의 견해다. "일본 대학은 독일 모델을 벤치마킹했기 때문에 한국보단 기초과학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KAIST를 예로 들었다. "로봇 분야 협력을 위해 KAIST에 갈 일이 꽤 있는데 10년 전과 달리 재미있는 연구가 없다. 처음 시작할 땐 모든 게 도전이니까 참신한 작업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도전정신이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산학 협력과 관련,이시구로 교수는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연구,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도 해야 하고,이를 기업이 참고 기다릴 수 있어야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본 과학계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최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붕괴 당시 로봇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일본이 사고 현장에 투입할 로봇을 미국에서 들여온 것에 대해 그는 "그런 로봇이 필요할 것이라고 아예 생각지도 못한 게 일본의 한계"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오사카=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