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에 의약·생명공학 전문가 '북적' 왜?

年 수백억 바이오 투자 '쥐락펴락'

황창석·김명기·안세헌 등 연구원 출신 심사역 '맹활약'
벤처캐피털에서 벤처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심사역들은 대체로 상경계 출신이 많다. 하지만 벤처캐피털이 투자하는 업종 가운데 상경계는 물론 웬만한 이공계 출신들도 엄두를 내기 힘든 분야가 있다. 바로 바이오 업종이다.

23일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 업종 투자 규모는 844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바이오 전문펀드의 조성은 여전히 부진하지만 일반 투자펀드에서 바이오 투자 비중이 계속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어느덧 이 분야 투자심사역도 50여명에 달하게 됐다. 이들은 다른 분야와 달리 대부분이 약학,생물학,생화학과 등 관련 전공자 출신들이다. 관련 분야 연구경험도 풍부하다. 워낙 전문 분야이다 보니 전공자가 아니면 기업의 성장성을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벤처투자에서 교육한 차세대 심사역 37명 중에서도 5명의 바이오,제약 업계 출신이 포진하는 등 바이오 전문가들의 진출은 활발해지고 있다. 황창석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전무는 국내 바이오 심사역 중 최고참으로 꼽힌다. 서강대 생명과학과와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황 전무는 존슨앤드존슨에서 연구활동을 하다가 1996년 벤처캐피털에 뛰어들었고 바이오 투자의 개념조차 없던 시기에 바이로메드를 발굴해 1500%의 수익을 남겼다. 이후 셀트리온과 크리스탈지노믹스 등 국내 바이오 대표업체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가 보는 바이오투자의 핵심은 신약개발 분야다. 황 전무는 "바이오 업종의 특징은 세계시장을 지향한다는 점,라이프사이클이 길다는 점"이라며 "바이오 분야에서도 세계시장성과 미래가치가 가장 높은 분야는 역시 신약개발"이라고 설명했다.

김명기 인터베스트 상무도 바이오 투자 분야의 터줏대감 중 한 명이다.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거쳐 KIST에서 석 · 박사를 마친 뒤 LG화학 연구원으로 활동하다가 바이오 분야의 숨은 보석들을 발굴하겠다는 생각에 벤처 투자의 길에 나섰다. 그는 투자 유망 업종으로 진단 의료기기 분야를 꼽고 있다. 특히 분자 진단 관련 의료기기 업체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맞춤형 의료 부문 시장이 커지고 있어 향후 성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고려대 생명산업과학과 출신의 안세헌 한화기술금융 팀장은 올초 조성된 '서울시 글로벌 바이오메디컬펀드'의 운용을 맡아 투자업체를 찾고 있다. 펀드 규모는 750억원.현재로선 바이오 분야의 최대 '큰손'인 셈이다. 그는 생화학을 전공하고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에서 연구활동을 하다가 투자전문가로 나섰다. 분자진단 등 맞춤의학 분야와 줄기세포 관련 업체에 대한 관심이 많다. 가장 최근에 합류한 정성욱 리딩인베스트먼트 이사는 중앙대 약대를 졸업한 후 도쿄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따고 하버드대 의대 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이 밖에 박민식 스틱인베스트먼트 이사와 임정희 인터베스트 이사,신정섭 KB창투 팀장,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팀장,신민철 동양인베스트먼트 부장 등이 국내 간판 바이오 심사역으로 꼽힌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