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경험 책으로 쓰는 '통상의 산증인'

조환익 前 KOTRA 사장…연말 출간
"우리나라 통상(通商)의 역사를 줄줄이 꿸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저밖에 없을 겁니다. 현장에서 경험했던 생생한 역사들을 연말쯤 책으로 낼 계획입니다. "

조환익 전 KOTRA 사장(61 · 사진)은 '한국 통상의 산증인'이다. 1973년 행정고시 14기로 상공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약 40년간 줄곧 통상 · 수출분야에만 몸담았다. 지난 22일 KOTRA 사장 퇴임식을 마친 뒤 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조 전 사장은 무언가를 한참 쓰고 있었다. "목차만 살짝 보여 줄게요. 이런 책 쓸 수 있는 건 저밖에 없을 거예요. 이만하면 국보급 아닙니까?(웃음)"'우간다 장관이 탄 비행기를 찾아라''미수교국 쿠바 상무부에 태극기를 꽂다'….이름도 생소했던 나라들과 통상 관계를 맺을 때 겪었던 일화들을 정리한 글이었다. 산업자원부 차관과 수출보험공사 사장 등을 지내면서 얻은 경험을 후학들에게 전해주기 위한 책을 쓰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제 와서 하는 얘기입니다만 통상 기능을 외교부로 이전한 건 과연 잘한 일인지 의문입니다. 물론 역사가 평가할 일이겠지요. 그러나 정부 조직은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인도 중국 브라질만 해도 통상 관료들은 수십년 경험을 갖고 있어요. 이들 국가와 협상해야 할 일이 많을텐데 새로 업무를 맡은 부처가 과연 상대가 될까요?"

조 전 사장은 글을 잘 쓰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직원들 보라고 게시판에 올리는 '사장님 말씀'도 늘 에세이 형식으로 써왔다. 퇴임을 며칠 앞둔 지난 13일엔 '조 사장의 버킷 리스트'라는 제목으로 '유비통신 듣기''캐주얼 입기'등 평소 꼭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올리기도 했다. 재임 기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였냐고 물었다. 조 전 사장은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한국 경제를 휩쓸던 2009년 1월,우려 속에 열렸던 '바이 코리아' 행사를 떠올렸다.

"사장 취임하고 첫 번째 치르는 대형 행사였어요. 꼭 '입봉'을 앞둔 영화감독이 이런 심정이겠구나 싶었죠.바이어들이 과연 올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예상밖으로 성황리에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때 '역(逆)샌드위치 효과'라는 신조어도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쳤었죠."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