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피말리는 납품가 인하는 기업의 본질적 활동이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일부 언론조차 삼성전자나 현대 · 기아차와 같은 한국 대표기업들의 납품가 인하 요구에 대해 연일 맹공을 퍼붓는다.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에 동참하겠다고 해놓고선 뒤로는 협력업체의 손목을 비트는 파렴치한 행위를 일삼는다는 것이다. 이런 비난은 이제 워낙 일반화되다시피 해 납품단가 인하 요구는 곧 후려치기로 규정되고 악이며 범죄라는 등식이 만들어질 지경이다.

하지만 납품가를 낮추려는 노력을 이렇게 매도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결코 타당하지 않다. 원가인하 노력은 너무나 당연하며 경영의 지극히 본질적인 부분이다. 이런 노력을 포기한다면 기업이기를 포기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또 원가를 낮추는 데 성공해야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 잉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시대에 모든 기업이 마른 수건도 쥐어짜는 태도로 원가절감에 피를 말리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이 과정에서 남품업체들은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러나 소위 위세등등하던 대기업도 어느날 작은 부품 하나의 실패로 한방에 무너진다. 물론 납품가 인하 요구가 사전 협약이나 계약 사항을 명백히 위반해 위법 부당하게 이뤄졌다면 그것은 다른 문제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반강제적 가격 후려치기 역시 시정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조차 이를 조정할 사법적 질서가 따로 존재한다. 외부의 간섭이나 개입은 어떤 형태건 가격구조의 왜곡을 초래한다. 정부 조달 역시 원가절감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언론사 역시 신문용지나 인쇄설비 따위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유사한 노력을 하게 된다.

그게 기업의 본질이요 시장이다. '적정 가격'이라는 것은 그럴싸하지만 결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소비자 역시 물건을 살 때 기업에 적정 이윤을 보장해줘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기업 경영은 오순도순 소꿉장난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