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카트사고에 익사까지…골프장 안전관리 '비상'

"골프장 관리책임 피할 수 없어"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익사 사고로 인해 골프장 내 해저드 안전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골프장의 상당수가 수심 3m 이상의 깊은 연못을 보유하고 있어 사고가 날 경우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23일 인천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사망한 진모씨(45 · 여)는 남편 및 남편의 남자 후배 2명 등과 하늘코스에서 라운드했다. 동반자들에 따르면 진씨가 먼저 샷을 한 후 볼이 그린 우측 인공연못으로 날아갔다. 다른 동반자들은 각자의 볼을 찾느라 진씨가 물에 빠진 줄 몰랐다. 뒤늦게 발견하고 구명 튜브를 던지며 물에 뛰어드는 등 구조에 나섰으나 진씨가 힘이 빠져 튜브를 잡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골프장 관계자들을 상대로 안전시설 설치 규정을 위반했는지 여부 등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골프장 책임 면할 수 없어

골프장은 익사사고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민사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골프장 측이 만들고 관리,운영하는 곳에서 사고가 난 만큼 민법 758조의 '영조물(營造物) 관리 하자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소동기 변호사는 "골프장을 운영하지 않은 심야에 술에 취한 사람이 연못에 빠져 죽지 않는 한 100% 익사자의 책임은 없다. 골퍼의 책임이 60~70%라면 골프장은 30~40%의 책임을 지는 것이 판례 경향"이라고 말했다.

과거 포천의 한 골프장에서 카트를 타고 가던 골퍼가 연못에 빠져 숨진 사건이 있었다. 이때 골프장은 '자신이 직접 운전하다 사고가 났는데 골프장이 왜 책임져야 하느냐'며 법정에서 다퉜으나 법원은 카트 안전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한 일부 책임을 골프장에 물었다.

◆골프장 연못 수심 얕게 변경해야

골프장들이 위험한 해저드 옆에 경고 표지판을 부착하고 주의를 촉구했다고 하더라도 안전 사고에 대한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못 옆에 급경사가 있었다든지 수심이 깊다면 그것만으로도 법적 책임이 부과된다.

수심이 2~3m에 달하면 익사 사고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펜스를 설치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아니면 수심을 1m 내외로 얕게 만들어 사고 원인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골퍼의 잘못이 명백하더라도 골프장이 배상 책임을 져야 하므로 예방 조치를 해 두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골프장들은 이 같은 사고에 대비해 '체육시설 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한다. 대인 배상 한도는 대부분 1억~5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