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받던 원당값 재상승…제당업계 속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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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새 26% 급등…파운드당 27.2센트
대한제당 등 하반기 원가압박 심해질 듯
지난달 초까지 내림세를 보이던 원당 가격이 빠른 속도로 반등하고 있다. 최근 1개월 새 가격 상승률이 26%를 넘어섰다. 원당 최대 수출국인 브라질의 원당 수확 물량이 예상치를 밑돌 것이란 전망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 하반기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으로 기대했던 제당업계는 또다시 적자 구조로 들어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원당 7월 인도분은 파운드당 27.23센트를 기록,1주일 전보다 8.6% 뛰었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26.6%,작년 이맘때에 비해선 71.0% 상승했다. 올 2월 파운드당 35센트까지 올랐던 원당 가격은 유럽 재정위기와 은값 급락에 따른 펀드자금 이탈로 지난달 초 20센트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브라질 등 주요 원당 생산 국가의 재배 면적 증가 소식까지 더해지며 하락 안정세가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자 구조로 바뀐 설탕업체들도 한숨 돌리는 분위기였다.
원당 가격은 그러나 지난달 중반부터 다시 뛰고 있다. 문제는 브라질에서 생겼다. 이명숙 코리아PDS 연구원은 "당초 5월 시작될 예정이던 브라질 주요 산지의 원당 수확이 미뤄지면서 원당 수급이 단기적으로 빠듯해졌다"고 설명했다.
예상과 달리 브라질의 올해 원당 수확량이 작년에 비해 10% 가까이 줄어들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브라질 원당 재배 면적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사탕수수에서 원당을 뽑아내는 수율이 낮아진 탓이다. 제당업체 관계자는 "사탕수수를 보통 5년에 걸쳐 수확한 뒤 폐기하고 새 사탕수수를 심는데 브라질 주요 재배 지역 내 사탕수수 가운데 4~5년 지난 물량이 많아 원당 수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제당업체엔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고공행진한 원당 가격으로 인해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의 제당사업 부문은 작년 하반기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월 초반까지 사상 최고가 수준을 보인 점과 해외에서 구입한 원당이 국내 설탕 생산 시설에 투입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3~4개월가량인 점을 감안할 때 2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그나마 제당업계가 기대를 건 것은 3~4월 원당값 조정이었다. 파운드당 20센트 아래로만 내려간다면 하반기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최근 원당값 재상승으로 3분기 손익분기점을 맞춘 뒤 4분기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대한제당 관계자는 "올 상반기 제당사업 적자를 다른 사업부문의 수익으로 메워가고 있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임원 해외출장 때 이코노미석을 이용하고 임원 차량도 순번제로 사용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