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의 기능과 질병] 몸속 '공기청정기' 금연ㆍ폐렴 예방주사로 보호하세요

흡연자의 절반 가까이 만성폐쇄성폐질환 발생
규칙적 운동ㆍ요가 수련은 깊은 숨 쉬게 해 피로 줄여

폐를 포함한 호흡기는 음식을 통해 얻은 영양분을 소화시켜 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산소를 공급한다. 공기청정기처럼 나쁜 공기를 걸러 체내로 보내며 동시에 연소된 탁한 가스(이산화탄소)를 밖으로 배출한다. 가만히 있어도 호흡은 자연적으로 이뤄지기에 고장이 나기 전까지는 폐의 소중함을 모르고 산다.

호흡기는 항상 개방돼 있어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같은 병원체는 물론 미세입자,담배 연기 등 유해화학물질이 넘나들어 언제 해를 입을지 모른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지난 4월 이후 산모를 비롯한 유소아 환자 11명이 원인 미상의 특발성 급성 간질성 폐렴으로 입원해 이 중 5명이 사망한 게 대표적 사례다. 보건당국은 환자의 병원체 검사를 통해 아직은 특정 바이러스와 무관하며 전염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혀 미궁에 빠져 있다. 폐의 기능과 주요질환에 대해 알아본다. ◆분당 6.8ℓ의 공기를 교환하는 폐

사람의 분당 호흡 수는 12~14회.4~5초마다 한 번 호흡할 때 약 400~500㎖씩,평균 잡아 분당 6.8ℓ나 되는 공기가 교환된다. 좌우 폐의 용량이 2500㎖이므로 한 번 호흡 시 15~20%에 달하는 공기가 새것으로 교체되는 셈이다.

코로 들어온 공기는 인두 기관을 거쳐 두 갈래 길로 갈라진 기관지를 통해 좌우 양측 폐로 향한다. 기관지는 나뭇가지처럼 수십 수백 수천 개의 미세기관지로 갈라지고 가지 끝에는 나뭇잎처럼 달린 폐포가 있어 공기를 교환한다. 건강한 폐는 수억 개의 폐포로 이뤄져 있다. 폐포마다 얇은 액체막이 존재해 산소를 흡수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기관지 표면의 점액은 먼지와 균을 흡착해 폐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또 기관지와 폐에는 섬모가 붙어 있어 호흡할 때마다 자동차 와이퍼처럼 점액에 묻은 불결한 것을 쓸어낸다. 반면 담배 연기는 자체가 섬모를 파괴시킬 뿐 아니라 섬모에 끈적거리게 달라붙어 방해함으로써 호흡기의 청정기능에 역행하게 된다. 폐를 감싸고 있는 근육(횡경막과 늑간근)은 폐를 보호하는 동시에 공기를 폐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규칙적인 운동과 요가 수련은 횡경막을 이용해 깊은 숨을 들이마시게 만듦으로써 효율적인 가스 교환을 도모하고 피로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폐에 생기는 주요질환

가장 흔하고 위중한 것이 폐가 병원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폐렴이다. 국내 폐렴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2.7명으로 사망원인 중 9위,감염으로 인한 사망원인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중환자실로 입원해야 하는 중증 폐렴은 사망률이 35~50%에 이른다. 폐렴의 주 원인균은 폐구균.우리 몸에서 흔히 발견되는 세균으로 건강한 사람에게는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노약자나 만성질환자와 같이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쉽게 체내로 침투하여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 폐구균으로 인한 폐렴의 경우 성인 환자의 74.3%가 65세 이상이다. 또 폐구균으로 인한 성인 뇌수막염의 경우 사망률이 28%에 달하며 완쾌되더라도 약 절반이 영구적인 뇌손상을 입는다. 국내 65세 이상 폐구균 예방접종률은 0.8%에 불과, 공중보건 차원의 전염병 확산 차단기준선인 33% 이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원인 미상 간질성 폐렴은 산모에게서 집중 발병해 이슈화된 것일 뿐 이미 오래 전부터 노출된 문제라는 지적이다.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는 2003~2007년 국내에서 원인 미상 간질성 폐렴으로 사망한 사람이 472명에 달한다는 연구논문을 2009년 게재한 바 있다. 간질(間質)이란 폐포와 폐포 사이,인접한 모세혈관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운 조직을 말하는데 여기에 염증이 생겨 점점 반복되면 조직이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가 일어나 가스 교환에 장애가 와서 호흡부전으로 사망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유일한 치료 대안이 폐이식인데 일반화할 수 없는 치료법이기 때문에 의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흡연 인구 증가로 동반 상승한 대표적 질환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폐암이다. COPD는 기관지나 폐에 염증이 생겨 폐조직이 파괴돼 만성적인 기침이나 가래,호흡곤란의 증상이 생기고 폐활량이 감소되는 폐질환이다. 흡연자의 약 절반에서 사망 전에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 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4위를 차지하며 국내에서도 사망 원인 7위를 차지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COPD는 대개 만성기관지염과 폐기종을 동반한다. 폐기종은 담배 등 유해가스 흡입에 의해 종말세기관지나 인근의 공기 저장 공간이 파괴돼 영구적으로 말초 기도 및 폐포가 확장된 상태로 가스 교환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COPD 치료제로는 염증억제제 및 기관지확장제가 쓰이나 유지요법일 뿐 근본적인 개선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폐암은 국내에서 네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암이며 사망률로는 1위다. 흡연자가 폐암에 걸릴 확률은 비흡연자에 비해 13배 정도 높으므로 COPD와 마찬가지로 금연이 요구된다.

환절기만 되면 알레르기성 천식 환자가 급증한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데 관여하는 혈액 중 호산구가 늘어나면 체내 염증 반응이 늘어나 기관지 점막이 붓고 통로가 좁아져 호흡이 곤란해진다.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동물털 등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철저히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그래픽 자문=오연목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