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내달 1일 창당 90주년] '병든 공룡'을 G2 반열에 올렸지만…사회적 분열 해소가 과제

● 글로벌 워치 - 내년 10월 새 지도부 출범

최고 전성기 구가
연일 공산당 찬양 행사
당원 8026만…세계 최대 정당

최장 집권 비결
자본가도 당원…변신 거듭
'거미줄' 조직, 13억 중국인 통제

향수로 남은 평등
빈부격차·농민공 차별 여전
매년 15만건 집단시위
1921년 7월23일 상하이 신톈디(新天地)에 13명의 공산주의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당시 베이징대 교수인 천두슈(陳獨秀) 주재로 전국대표대회를 열고 공산당 창당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9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의 신사동 가로수길을 연상시키는 젊은이들의 쇼핑거리 신톈디에는 공산당 창당을 축하하는 붉은 깃발이 곳곳에서 나부낀다. 혁명 유적지를 방문하는 '홍색관광'도 큰 인기다. 공산당 창당기념일인 7월1일을 앞두고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것이다. 기념일이 실제 창당일(7월23일)과 다른 것은 마오쩌둥이 당시 이를 기억하지 못해 7월1일로 정했고 그 후에도 그냥 7월1일이 기념일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창당 직후 50명이던 당원은 8026만명으로 늘어 세계 최대 정당이 됐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62년이라는 최장 기간 집권당이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하지만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노동자)들의 빈발하는 시위는 공산당 일당체제의 과제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변신의 귀재 공산당

창당 당시 '병든 공룡'이라 조롱받던 중국을 미국과 세계 패권을 다투는 주요 2개국(G2)으로 변모시킨 중국 공산당의 힘은 손오공 같은 변신 능력에서 비롯된다.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파격도 서슴지 않는 다. 인도의 스와란 싱 자와할랄네루대 교수가 중국 공산당의 성공 요인으로 '혁신'을 꼽을 정도다. 인민일보도 최근 사설에서 공산당의 역사를 '여시구진(與時俱進 · 시대와 함께 끊임없이 발전하고 전진한다)'으로 규정했다.

중국 공산당은 노동자가 아닌 농민을 기반으로 출발했다. 마오쩌둥은 농민을 혁명의 핵심 세력으로 내세웠다. 덩샤오핑은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선택했다. 장쩌민은 자본가까지 공산당원으로 받아들였다. 빈부격차 확대에 따른 사회불안이 커지자 후진타오는 조화사회 건설을 위한 '과학적 발전관'을 주창했다. 공산당 지도자들은 이들 이론을 입에 달고 다닌다. ◆철저한 권력 장악

중국 국영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책상에는 붉은색 전화기가 따로 있다. 이들은 모두 당의 고위 간부로 이 전화기는 공산당의 다른 조직과 직통으로 연결된다. 리처드 맥그레고 전 파이낸셜타임스 베이징지국장은 "기업까지 통제하는 공산당의 지배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8300만명 공산당원의 조직은 13억명 중국인 사이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다. 당의 지침은 중앙조직 지방조직 기층조직은 물론 당조(黨組) 등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된다. 시나 성,그리고 중앙 행정부 심지어 대학과 국영기업에도 당서기가 있다. 당은 인사권과 정책의 방향을 정하고 행정조직은 이를 실행하는 역할을 한다. ◆농민공 시위 잇따라

창당 90주년 기념일을 한 달 앞두고 광둥성에선 농민공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AP통신은 "차별과 가난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다고 전했다. 매년 15만건 정도의 집단시위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산당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 당 노선을 견지하라"며 부화뇌동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공산당 창당이 위대한 업적이란 뜻의 영화 '젠당웨이예(建黨偉業)'를 전국에서 동시에 상영하고 혁명가요를 보급하는 등 홍색캠페인을 벌이며 사회적 분열을 막는 데 애쓰고 있다. 하지만 흘러간 레코드는 향수만 불러일으킬 뿐 현실문제를 해소하지 못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베이징의 정치전문가인 후싱도우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공산당의 강경 입장은 오히려 전반적인 정치사회 환경의 급속한 악화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징후"라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