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바뀌는 세법…국세청 패소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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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세기준 혼선…작년 패소율 12%2009년 이후 국세청의 종합부동산세 과세가 잘못됐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국세청의 과세 방식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잘못 거둔 세금 탓에 국세청이 법원에서 '망신'을 당한 일은 이전에도 적지 않았다.
납세자, 승소해도 5~6년 허비해야
대표적인 사례는 대법원에서 확정한 '엔화스와프예금'에 대한 판결이다. 지난달 대법원은 고객이 원화를 예금하면 예금액을 다시 엔화로 바꿔 만기가 되면 원화로 지급하는 '엔화스와프예금'에서 생긴 외환매매차익은 과세 대상이 아니라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2006년 국세청은 선물환거래로 발생하는 이익도 소득세법에서 정한 이자소득에 해당한다며 원천징수 이자소득세 부과처분을 했지만 2008년 은행 측이 소송을 냈고,1 ·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까지 국세청이 패소했다.
재판부는 "엔화스와프예금 거래를 통해 고객이 얻은 선물환차익은 자본이익의 일종인 외환매매이익에 불과할 뿐 소득세법에서 정한 예금의 이자 또는 이와 유사한 소득으로 볼 수 없어 이자소득세 과세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007년에는 출연재산 외 별도 수익을 공익목적에 이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공익법인에 증여세를 과세했다가 패소했다. A법인은 출연재산 외 영어자격시험 독점운영 권한을 가지고 있는 회사와 시험 시행 관리 권한,자료 공급 계약을 맺고 이익을 냈다. 하지만 국세청에서는 시험 시행 관리 사업에서 발생한 소득금액과 출연재산의 운용 소득금액을 합한 금액 중 공익목적 사업에 사용한 금액이 시행령 조항에 정하는 기준 금액 비율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증여세 8억원과 가산세 5억원을 부과했다.
출연재산과 상관없이 순익이 난 부분까지 과세 대상으로 잡은 것이다. 추징한 세금은 애초 법인 출연재산인 현금 7000만원과 10억여원 상당의 필지를 합한 것보다 많은 액수였다. 당시 대법원은 "공익법인의 경우 출연재산과 무관한 수익사업에서 발생한 소득금액까지 과세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국세청 패소를 판결했다.
같은 해에는 옛 법인세법 18조를 확대해석해 세금 50억원을 잘못 물렸다가 되돌려줬다. 2004년 신한금융지주회사는 국세청의 의견에 따라 자회사인 신한은행에 빌려주기 위한 차입금의 지급이자를 놓고 국세청과 법리를 다퉜다. 이때도 법인세법의 수익배당금 관련 쟁송에서 국세청의 처리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나왔다. 최근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청의 조세행정소송 패소율은 12.3%에 이른다. 2009년(10.9%)에 비해 늘어났다. 2009년의 경우 세액 50억원 이상의 고액 조세행정소송에서 국가패소율(금액기준)은 44%에 달했다. 법원 소송에 앞서 거치는 국세청의 전심 절차에서 이의를 제기한 납세자 중 최소 20%가 승소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국세청의 실제 패소율은 더 높아진다.
법무법인 광장의 박영욱 변호사는 "조세법이 경제상황에 따라 매년 개정되다보니 명확하게 정비가 안된 채 시행되는 경우가 많아 해석 여부에 따라 잘못 적용될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석 자체가 애매할 때 국세청 입장에서는 '일단 과세' 하지만 납세자가 잘못 납부한 세금을 되찾아가려면 5~6년간 소송에 시달리기도 하는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