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우수도서] "각자 '그대' 라는 꽃이 피는 계절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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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지치고 힘들 땐 자신을 지탱해줄 수 있는 말 한마디가 기다려지는 법이거든요. 그런 말을 제 아이들과 제자들에게 해주려고 했는데 뜻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던 모양이에요. "
죽고 싶도록 힘든 그대의 오늘이 누군가에겐 간절히 염원한 하루일수도
로마를 만든건 시련 자신에 대한 믿음, 포기하지 말길…
상반기 최고 베스트 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48)는 27일 "(책으로 너무 많이 알려져) 부담스러운 측면이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서울대 학생들이 '최고의 강의''최고의 멘토'로 뽑은 '난도샘' 김난도 교수의 인생 강의실 격인 에세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초판을 낸 후 6개월여간 80만부가 넘게 팔렸다. 오는 9월께면 100만부를 넘어서 '밀리언셀러'가 될 전망이다. 1월 3주차부터 종합 베스트 셀러 1위에 올라 에세이로는 최장기 주간 종합 베스트 셀러 1위를 달렸다. 최근까지 1위 자리를 놓친 때는 딱 두 번.그룹 JYJ의 뮤직 에세이 《데어 룸스-우리 이야기》가 나온 1월 4주차와 신정아 씨의 《4001》이 발간된 3월 4주차뿐이다.
"출판사도 그랬고요. 저도 베스트 셀러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이 나올 줄 알았더라면 이렇게 안 썼을 텐데요. 뭐,개인적인 얘기는 덜 쓰고요…."
김 교수는 책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를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고 요약했다. "자기 자신, 자기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라고 할까요? 스스로에 대한 깊은 성찰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시선을 자신의 내면으로 돌리라는 것이죠.외부환경을 탓하기 전에요. "
김 교수 자신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붙고 싶었다는 행정고시에 세 번이나,그것도 1차 시험에서 떨어졌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가 연이어 유명을 달리해 11개월 새 세 번이나 상주 노릇을 해야했다. 대학교수 공채에서도 연이어 낙방했다.
"그때 그때의 어둠은 끝이 보이지 않았죠. 저 스스로에 대한 위로와 격려에 목말라했어요.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란 책 속의 한 구절이 기억에 남는군요. '로마를 만든 것은 시련이다'. 그게 깊은 좌절과 고통 속의 저를 건져올린 동아줄이었죠."그는 "요즘 학생들은 '불확실성'을 아파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청춘이란 불확실한 것이고 자신의 내일도 불확실하기 그지없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불확실성이 특히 커진 것 같다고 했다. 기회가 많이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청춘이 힘든 이유는 부단히 쌓아야 하는 스펙 때문이 아닙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에요. 보이지 않는 것은 모두 무섭게 마련이니까요. "
그러나 책에도 나와있듯이 '죽고 싶도록 힘든 오늘의 그대 일상이,그 어느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염원한 하루'인 법이다. 김 교수는 "그대 자신의 눈동자 속이 아니면 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며 "치열하게 자신에게 침잠해 성찰하고 꿈을 계속 버전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자 그대라는 꽃이 피는 계절이 따로 있으며 아직 그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을 잊지 말라"는 뜻에서다. 교수이며 인기 작가인 그는 '자신의 때'가 만개했다고 느끼고 있을까. "저는 계속 가고 있습니다. 내년이 올해보다 더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외국 소비자 행태가 궁금해 《트렌드 차이나》란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3년째 《트렌드 코리아》를 냈는데 이제는 한국 소비자와 더불어 중국 소비자도 이해할 수 있겠네요. "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