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로 읽는 경제] 대학 등록금 인하…물가엔 '약'ㆍ재정엔 '독'

내년 물가상승률 2%대 예상…매년 수조원 재정에 부담
한나라당이 정부 재정과 대학 자체 재원을 활용해 등록금을 내년부터 15%,2014년까지 30% 낮추기로 했다. 구체적인 규모와 지원 방식은 정부와의 추가 협의가 필요하지만 등록금을 낮춘다는 큰 틀의 합의는 이뤄졌다.

대학 등록금 인하는 대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는 것은 물론 전반적인 소비자물가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학 등록금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매년 수조원의 정부 예산이 필요해 재정에는 큰 부담이 된다. 한나라당의 방침대로 내년 대학 등록금이 15% 인하되면 소비자물가는 0.36%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국 · 공립대와 사립대,전문대 등록금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차지하는 가중치 2.4%에 등록금 인하율 15%를 곱한 결과다. 소비자물가 가중치는 가계의 항목별 소비지출 비중을 반영한 것인 만큼 가계의 지출 부담도 비슷한 폭으로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2014년 대학 등록금이 30% 인하된다면 등록금 인하로만 소비자물가가 올해보다 0.72% 하락한다.

학원비 등 기타 교육비가 안정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학 등록금 외에 고등학교 등록금과 학원비 등을 포함한 교육비가 전체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1.1%에 달한다. 염상훈 SK증권 연구원은 "2000년 이후 국내 소비자물가가 연평균 3.1% 상승했지만 이 중 교육비 상승분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은 2.5%에 그친다"며 "등록금을 비롯한 교육비가 안정되면 내년 물가상승률은 2%대로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걱정되는 점은 재정 부담이다. 한나라당은 내년 1조5000억원을 시작으로 2013년 2조3000억원,2014년 3조원 등 3년간 6조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3년간 지원 규모로만 보면 재정에 큰 부담이 되지 않지만 문제는 2015년부터다. 대학 등록금을 다시 올릴 것이 아니라면 2015년 이후에도 매년 수조원의 예산이 들어가야 한다. 이병욱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정 지원을 통한 등록금 인하는 한두 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영구적으로 지속돼 철회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재정에 큰 짐이 될 것"이라며 "결국엔 국민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