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우수도서] (서평) 기술의 충격, 기술은 생명체…맞서지 말고 동행하라
입력
수정
필자는 지난 3월12일 서울대에서 열린 비영리 지식공유행사인 '테드엑스서울대(TEDxSNU)'에서 '기술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기술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기술의 정체와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경제적인 부와 사회적인 활동에 있어 점점 심하게 격차가 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여전히 기술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의미보다는 논문과 특허 그리고 어떻게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갈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나름의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이후 주로 디지털 및 IT 기술을 중심으로 기술의 철학적,사회적 의미를 재해석하고 이를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글을 블로그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필자 나름대로 '기술인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활동을 시작하고 있는데 만난 책이 《기술의 충격》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시대 최고의 테크 칼럼니스트로 꼽히는 케빈 켈리다. 그는 과학기술 분야 최고의 잡지로 꼽히는 《와이어드》의 공동 창간자 중 한 명이다. 7년간 편집장을 맡기도 했고 세계 최고의 연사들로 수놓는 TED 강연에서도 3차례나 초청되어 '웹의 향후 5000일'이라는 명강의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나는 기술이 정말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전혀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술의 본질은 무엇이었을까. 기술의 근본 특성을 이해하지 않는다면,매번 기술의 새로운 산물이 등장할 때마다 나는 그것을 얼마나 약하게 또는 세게 껴안아야 할지 판단한 기준틀을 지니지 못할 터였다. "그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7년 동안 탐구를 하기 시작했다. 《기술의 충격》은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책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전문가가 필자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도 충격이었지만,그가 이미 오래 전에 이런 작업을 시작했고,그 범위가 인터넷과 정보기술 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실 상의 기술의 전체 역사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물리,화학,생명과학,다양한 공학기술과 정보과학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주제를 꿰뚫는 통찰을 보여준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이 책은 기술에 대한 심도있는 지식을 우리에게 전달하지만,가만히 책을 읽다보면 다른 지식 중심의 책들과는 달리 소설처럼 주인공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테크늄'이다. 저자는 실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하드웨어를 넘어서 문화,예술,사회 제도,법과 철학 및 모든 유형의 지적 산물들을 포함하는 세계적이며 대규모로 상호 연결된 기술계를 가리키는 단어로 '테크늄'이라는 단어를 창안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테크늄이 더 많은 도구,더 많은 기술을 창안하고,자기강화의 연결을 부추기며 자기생성적인 일종의 생명체와도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젊은 시절 10년 동안 싸구려 운동화와 낡은 청바지 차림으로 아시아 오지를 여행했고,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즐겨 모는 등 자연과 가까운 생활을 해왔다. 1960년대 말 작은 농가에 공동체를 꾸몄던 히피 운동에 참여했으며 현대문명과 거리를 두고 사는 아미시 파와도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을 정도로 기술지향적이지 않은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 그가 《기술의 충격》을 통해 기술의 인도에 따르고 기술의 힘에 맞서지 않고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자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를 위해서 우리들이 먼저 기술의 행동을 이해하고,기술에 어떻게 대응할지 판단하기 위해 기술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는 것이 현대 인류에게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기술의 충격》을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책은 결코 쉽지 않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들도 상당히 많다. 그런 만큼 읽고 나서 남는 여운이 크다.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이후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일독을 권할 만한 테크놀로지 철학서다.
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융합의학과 교수
기술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기술의 정체와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경제적인 부와 사회적인 활동에 있어 점점 심하게 격차가 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여전히 기술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의미보다는 논문과 특허 그리고 어떻게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갈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나름의 경종을 울리고 싶었다. 이후 주로 디지털 및 IT 기술을 중심으로 기술의 철학적,사회적 의미를 재해석하고 이를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글을 블로그에 연재하기 시작했다. 필자 나름대로 '기술인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활동을 시작하고 있는데 만난 책이 《기술의 충격》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시대 최고의 테크 칼럼니스트로 꼽히는 케빈 켈리다. 그는 과학기술 분야 최고의 잡지로 꼽히는 《와이어드》의 공동 창간자 중 한 명이다. 7년간 편집장을 맡기도 했고 세계 최고의 연사들로 수놓는 TED 강연에서도 3차례나 초청되어 '웹의 향후 5000일'이라는 명강의를 남기기도 했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나는 기술이 정말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전혀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술의 본질은 무엇이었을까. 기술의 근본 특성을 이해하지 않는다면,매번 기술의 새로운 산물이 등장할 때마다 나는 그것을 얼마나 약하게 또는 세게 껴안아야 할지 판단한 기준틀을 지니지 못할 터였다. "그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7년 동안 탐구를 하기 시작했다. 《기술의 충격》은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책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전문가가 필자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도 충격이었지만,그가 이미 오래 전에 이런 작업을 시작했고,그 범위가 인터넷과 정보기술 등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실 상의 기술의 전체 역사의 발전과정에서 나타나는 물리,화학,생명과학,다양한 공학기술과 정보과학을 넘나드는 광범위한 주제를 꿰뚫는 통찰을 보여준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이 책은 기술에 대한 심도있는 지식을 우리에게 전달하지만,가만히 책을 읽다보면 다른 지식 중심의 책들과는 달리 소설처럼 주인공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테크늄'이다. 저자는 실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하드웨어를 넘어서 문화,예술,사회 제도,법과 철학 및 모든 유형의 지적 산물들을 포함하는 세계적이며 대규모로 상호 연결된 기술계를 가리키는 단어로 '테크늄'이라는 단어를 창안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테크늄이 더 많은 도구,더 많은 기술을 창안하고,자기강화의 연결을 부추기며 자기생성적인 일종의 생명체와도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저자는 젊은 시절 10년 동안 싸구려 운동화와 낡은 청바지 차림으로 아시아 오지를 여행했고,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즐겨 모는 등 자연과 가까운 생활을 해왔다. 1960년대 말 작은 농가에 공동체를 꾸몄던 히피 운동에 참여했으며 현대문명과 거리를 두고 사는 아미시 파와도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을 정도로 기술지향적이지 않은 삶을 살아온 사람이다.
그런 그가 《기술의 충격》을 통해 기술의 인도에 따르고 기술의 힘에 맞서지 않고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우자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를 위해서 우리들이 먼저 기술의 행동을 이해하고,기술에 어떻게 대응할지 판단하기 위해 기술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는 것이 현대 인류에게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기술의 충격》을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책은 결코 쉽지 않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들도 상당히 많다. 그런 만큼 읽고 나서 남는 여운이 크다.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이후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일독을 권할 만한 테크놀로지 철학서다.
정지훈 관동의대 명지병원 융합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