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와도 탈, 안와도 탈"…카카오톡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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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오는 메시지에 '피곤'...아무도 말 거는 이 없어 '우울'
직장인 신모씨(33살. 여)는 얼마 전 사내 팀 회의시간에 옆자리에 앉은 상사의 눈치가 보여 혼났다. 업무상 전화를 받아야 할 일이 많은 신씨는 회의시간에도 휴대폰을 꼭 들고 가는데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스마트폰에서 계속 "윙윙"대는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출근부터 퇴근 때까지 늘 카카오톡을 끼고 사는 그녀의 친구들이 이날도 어김없이 '그룹 채팅방'을 만들어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이다. 깜빡하고 '알림끄기' 기능을 설정해 놓지 않았던 신씨는 얼른 몸을 돌려 스마트폰을 아예 꺼버릴 수밖에 없었다. "차장님이 차가운 눈초리로 스마트폰과 저를 번갈아 쳐다보는데 정말 식은땀이 흐르더라고요. '얘들은 일도 안하고 무슨 수다를 이리 떨어대나' 잠깐이었지만 친구들이 원망스러웠답니다"
신씨는 요새 일 때문에 30분 정도만 자리를 비우고 돌아와도 친구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가 최소 20개 이상은 쌓여있다고 한다.
바빠서 무시하자니 무슨 얘기가 오고갔나 궁금하기도 하고, 자기만 답변을 안 하자니 소외되는 것 같아서 업무 중간 짬짬이 메시지를 보내고는 있는데 이게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라고. ◆ '공짜' 이점에 쉴새없이 '윙윙' 업무 보기도 힘들어
무료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인 카카오톡 가입자가 1700만 명을 넘어서며 스마트폰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리 잡았지만 한편에선 '카카오톡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 또한 늘고 있다.
카카오톡은 건 당 돈을 내야하는 문자메시지와 달리 공짜로 사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굳이 보내지 않아도, 받지 않아도 될 메시지가 시도 때도 없이 들어와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특히나 신씨와 같은 직장인들의 경우 업무에 방해가 될 정도로 메시지가 쏟아져 설치했던 카카오톡 앱을 삭제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까지 생기고 있다. 실제 일부 스마트폰 업체도 이같은 이유로 카카오톡 푸쉬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망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씨(30, 남)는 "예전 PC에서 주고받던 메시지와 달리 카카오톡은 휴대폰으로만 대화를 해야 하잖아요. 일하다 말고 수시로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려대자니 일을 안 하는 것처럼 비춰질 까 걱정이 되고 그렇다고 여자 친구가 보내는 메시지에 답변을 안 하자니 토라질까 두렵고...카카오톡 세계에 괜히 발을 들여놨나 싶어요"
김씨는 고민 끝에 컴퓨터를 잘 다루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최근 카카오톡을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아냈다. 헤어진 전 애인, 이전 직장에서 싫어했던 선배 등이 카카오톡으로 말을 걸어와 난감하다는 고민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
카카오톡은 사용자가 해당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자신의 전화번호부에 등록돼 있거나 상대방 전화번호부에 등록이 돼 있는 사람을 '친구추천'한다. 양쪽 모두 전화번호에 서로의 번호가 등록돼 있으면 자동으로 친구 등록이 된다.
한 쪽 사용자의 번호에만 등록이 돼 있어도 말을 걸어올 수 있기 때문에 가끔 얘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까지 메시지를 보내오면 무시하기도, 답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연출된다.
심지어 기혼여성들 사이에서는 카카오톡의 이런 친구추천 기능 때문에 남편 관리(?)가 더욱 힘들어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기혼여성들이 많이 가입하는 국내 최대의 여성 커뮤니티 '맘스홀릭' '레몬 테라스'등에는 "남편이 카카오톡을 쓴 뒤로 여러 여자들과 대화를 나눈다"며 "카카오톡을 삭제시켜버리라고 했지만 몰래몰래 계속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카카오톡을 쓰지 말라" "쓰겠다" 옥신각신하며 부부싸움을 했다는 사연도 상당 수다.
이렇다보니 남편들은 "내 전화에서는 번호를 지웠지만 상대방이 내 번호를 저장해놓고 말을 거는 것까지 괜한 오해를 산다"며 "메시지에 답변을 안했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큰 잘못을 한 것처럼 아내가 야단이니 당황스럽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물론 카카오톡 이전에도 다양한 메신저 서비스들이 이같은 부작용을 낳았지만 대화를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친구'로 등록을 해야하는 서비스와 달리 카카오톡은 자동으로 '친구' 등록이 돼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더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자동 친구 등록' 이나 '친구추천'을 원하지 않을 경우 '차단'설정을 내놓으면 전화번호 등 본인 정보가 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카카오톡은 먹는거야"…텅 빈 메시지 '소외감' 느끼기도
일각에서는 정반대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다 한다는 카카오톡을 다운로드받아 스마트폰에 설치했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
대학원생 정모씨(28. 남)는 "들어온 메시지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카카오톡에 들어가 이것저것 만지작 거리고 제 프로필 정보도 둘러보고 합니다. 어쩔 땐 그런 제가 한심해 보이기도 해요"라고 푸념했다.
정씨는 "남들은 카카오톡 때문에 일도 제대로 못 한다고 불평하는데 저만 이런 분위기에서 소외된 것 같아서 제 대인관계에 대한 회의까지 들기도 합니다"고 말했다.
정씨처럼 카카오톡을 쓰고 싶은데 대화를 나눌 친구가 없는 사람들 중에는 "카카오톡은 먹는거야 "카카오톡은 왕따 당하는 거야"라는 웃지못할 농담을 내뱉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카카오톡 친구 구해요"라는 요청글을 포털사이트에 올려 적극적으로 친구 찾기에 나서는 사람도 있다.
카카오톡을 하려면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필수 조건인데 아직 피처폰(일반폰)을 쓰는 사람들은 주변 친구들이 온통 카카오톡으로만 얘기 해대는 통에 자신만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은 기분마저 느낀다.
전문가들은 "카카오톡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부상하면서 이에 환호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자신은 트렌드에 끼지 못하는 것 같아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며 "그러나 이것이 인간관계의 좋고 나쁨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는 아니다" 고 강조한다.
사회심리학자 최창호 박사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다고 초조해 할 필요는 없다"며 "카카오톡으로 주고받는 메시지가 많다고, 트위터 팔로워 수가 많다고, 페이스북 친구들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것들이 생활 속의 강박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지난해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은 출시 6개월 만에 100만명을 가입자 1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 12월 5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4월 1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두 달만인 이달 700만명이 더 늘어나 1700만명에 도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다음 달 가입자 2000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모두 쓸 수 있고 조만간 블랙베리폰에서도 서비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직장인 신모씨(33살. 여)는 얼마 전 사내 팀 회의시간에 옆자리에 앉은 상사의 눈치가 보여 혼났다. 업무상 전화를 받아야 할 일이 많은 신씨는 회의시간에도 휴대폰을 꼭 들고 가는데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스마트폰에서 계속 "윙윙"대는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출근부터 퇴근 때까지 늘 카카오톡을 끼고 사는 그녀의 친구들이 이날도 어김없이 '그룹 채팅방'을 만들어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이다. 깜빡하고 '알림끄기' 기능을 설정해 놓지 않았던 신씨는 얼른 몸을 돌려 스마트폰을 아예 꺼버릴 수밖에 없었다. "차장님이 차가운 눈초리로 스마트폰과 저를 번갈아 쳐다보는데 정말 식은땀이 흐르더라고요. '얘들은 일도 안하고 무슨 수다를 이리 떨어대나' 잠깐이었지만 친구들이 원망스러웠답니다"
신씨는 요새 일 때문에 30분 정도만 자리를 비우고 돌아와도 친구들이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가 최소 20개 이상은 쌓여있다고 한다.
바빠서 무시하자니 무슨 얘기가 오고갔나 궁금하기도 하고, 자기만 답변을 안 하자니 소외되는 것 같아서 업무 중간 짬짬이 메시지를 보내고는 있는데 이게 보통 피곤한 일이 아니라고. ◆ '공짜' 이점에 쉴새없이 '윙윙' 업무 보기도 힘들어
무료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인 카카오톡 가입자가 1700만 명을 넘어서며 스마트폰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리 잡았지만 한편에선 '카카오톡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 또한 늘고 있다.
카카오톡은 건 당 돈을 내야하는 문자메시지와 달리 공짜로 사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굳이 보내지 않아도, 받지 않아도 될 메시지가 시도 때도 없이 들어와 스트레스라는 것이다. 특히나 신씨와 같은 직장인들의 경우 업무에 방해가 될 정도로 메시지가 쏟아져 설치했던 카카오톡 앱을 삭제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람들까지 생기고 있다. 실제 일부 스마트폰 업체도 이같은 이유로 카카오톡 푸쉬 시스템에 대한 지원을 망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씨(30, 남)는 "예전 PC에서 주고받던 메시지와 달리 카카오톡은 휴대폰으로만 대화를 해야 하잖아요. 일하다 말고 수시로 스마트폰 자판을 두드려대자니 일을 안 하는 것처럼 비춰질 까 걱정이 되고 그렇다고 여자 친구가 보내는 메시지에 답변을 안 하자니 토라질까 두렵고...카카오톡 세계에 괜히 발을 들여놨나 싶어요"
김씨는 고민 끝에 컴퓨터를 잘 다루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최근 카카오톡을 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아냈다. 헤어진 전 애인, 이전 직장에서 싫어했던 선배 등이 카카오톡으로 말을 걸어와 난감하다는 고민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다.
카카오톡은 사용자가 해당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자신의 전화번호부에 등록돼 있거나 상대방 전화번호부에 등록이 돼 있는 사람을 '친구추천'한다. 양쪽 모두 전화번호에 서로의 번호가 등록돼 있으면 자동으로 친구 등록이 된다.
한 쪽 사용자의 번호에만 등록이 돼 있어도 말을 걸어올 수 있기 때문에 가끔 얘기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까지 메시지를 보내오면 무시하기도, 답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연출된다.
심지어 기혼여성들 사이에서는 카카오톡의 이런 친구추천 기능 때문에 남편 관리(?)가 더욱 힘들어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기혼여성들이 많이 가입하는 국내 최대의 여성 커뮤니티 '맘스홀릭' '레몬 테라스'등에는 "남편이 카카오톡을 쓴 뒤로 여러 여자들과 대화를 나눈다"며 "카카오톡을 삭제시켜버리라고 했지만 몰래몰래 계속하는 것 같아 걱정이다"는 글들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카카오톡을 쓰지 말라" "쓰겠다" 옥신각신하며 부부싸움을 했다는 사연도 상당 수다.
이렇다보니 남편들은 "내 전화에서는 번호를 지웠지만 상대방이 내 번호를 저장해놓고 말을 거는 것까지 괜한 오해를 산다"며 "메시지에 답변을 안했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큰 잘못을 한 것처럼 아내가 야단이니 당황스럽다"고 불평하기도 한다.
물론 카카오톡 이전에도 다양한 메신저 서비스들이 이같은 부작용을 낳았지만 대화를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친구'로 등록을 해야하는 서비스와 달리 카카오톡은 자동으로 '친구' 등록이 돼 오해를 일으킬 소지가 더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자동 친구 등록' 이나 '친구추천'을 원하지 않을 경우 '차단'설정을 내놓으면 전화번호 등 본인 정보가 뜨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카카오톡은 먹는거야"…텅 빈 메시지 '소외감' 느끼기도
일각에서는 정반대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다 한다는 카카오톡을 다운로드받아 스마트폰에 설치했지만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없다는 것.
대학원생 정모씨(28. 남)는 "들어온 메시지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카카오톡에 들어가 이것저것 만지작 거리고 제 프로필 정보도 둘러보고 합니다. 어쩔 땐 그런 제가 한심해 보이기도 해요"라고 푸념했다.
정씨는 "남들은 카카오톡 때문에 일도 제대로 못 한다고 불평하는데 저만 이런 분위기에서 소외된 것 같아서 제 대인관계에 대한 회의까지 들기도 합니다"고 말했다.
정씨처럼 카카오톡을 쓰고 싶은데 대화를 나눌 친구가 없는 사람들 중에는 "카카오톡은 먹는거야 "카카오톡은 왕따 당하는 거야"라는 웃지못할 농담을 내뱉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카카오톡 친구 구해요"라는 요청글을 포털사이트에 올려 적극적으로 친구 찾기에 나서는 사람도 있다.
카카오톡을 하려면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필수 조건인데 아직 피처폰(일반폰)을 쓰는 사람들은 주변 친구들이 온통 카카오톡으로만 얘기 해대는 통에 자신만 따돌림을 당하는 것 같은 기분마저 느낀다.
전문가들은 "카카오톡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부상하면서 이에 환호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자신은 트렌드에 끼지 못하는 것 같아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며 "그러나 이것이 인간관계의 좋고 나쁨을 평가할 수 있는 척도는 아니다" 고 강조한다.
사회심리학자 최창호 박사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다고 초조해 할 필요는 없다"며 "카카오톡으로 주고받는 메시지가 많다고, 트위터 팔로워 수가 많다고, 페이스북 친구들이 많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것들이 생활 속의 강박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지난해 3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톡은 출시 6개월 만에 100만명을 가입자 10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 12월 5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4월 1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두 달만인 이달 700만명이 더 늘어나 1700만명에 도달했다. 이런 추세라면 다음 달 가입자 2000만명이 넘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모두 쓸 수 있고 조만간 블랙베리폰에서도 서비스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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