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유소에 기름이 없다는 이야기

주유소에서 재고가 없다며 기름을 안파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ℓ당 100원 할인된 기름값이 내달 7일부터 환원되는 것을 앞두고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주유소들은 정유사가 공급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하고 정유사는 주유소들의 사재기 탓이라고 비판한다. 기름값이 논란인 와중에 지난 3월부터 시행해온 골프장 야간조명 금지 조치는 사실상 해제됐다고 한다. 골프장 업체들이 막대한 매출 손실은 물론 상당수 일용직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며 서울행정법원에 낸 '등화관제'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두 케이스 모두 유가가 급등하자 정부가 서민부담을 덜고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며 급조한 정책이 낳은 결과다. 기름값 100원 인하는 주유소별로 들쭉날쭉이어서 처음부터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고 이제 소비자들이 필요한 기름도 제때 사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골프장 등화관제로는 연간 128억원의 전기료가 절약되지만 골프장 매출 6000억원,세금 755억원이 각각 줄고 정규직 5000여명, 비정규직 연인원 61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한다. 소위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결과적으로 서민에게 불편과 고통만 주었던 셈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건 문제가 생기면 당장 소비억제와 가격통제를 동원해 급한 불만 끄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 대한 직접 규제는 결코 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할 뿐더러 경제주체들의 후생을 오히려 감소시킨다는 것은 허다한 사례가 웅변하고 있다. 기름값도 전기소비도 마찬가지다. 특히 전기 과소비 문제는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전기요금 현실화에서 출발하는 것이 맞다.

이제 장마가 끝나면 다시 폭염과 전력 과소비,그리고 전력비상이 되풀이될 것이다. 정부는 당장 욕을 먹더라도 시장원리를 적용해 요금을 현실화하는 것만이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기름값 역시 수급으로 결정되도록 하면 된다. 그래야 에너지 소비도 줄어든다. 시장이 해결할 일을 정부가 나서면 부작용을 만들어 낼 뿐이다. 물론 에너지바우처와 같은 저소득층 보완책도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