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장ㆍ구제역 매몰지 한때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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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된 왜관철교 붕괴…준설 작업 때 보강공사 안 해
태풍 '메아리'가 26일 밤 사실상 소멸됐지만 동반한 집중호우로 4대강 사업장과 구제역 매몰지마다 비상이 걸렸다. 공사 중인 보의 수위가 급상승하자 4대강 사업장은 공사를 중단하고 수위 조절에 나서기도 했다.
남한강 강천보의 경우 평소 36.5m 수위였지만 이날 39.5m까지 올라갔다. 제방 높이가 47.61m인 강천보는 수위가 관리수위(39.5m)에 이르자 7개 수문 중 4개를 열어 강물을 흘려보냈다. 여주보와 이포보도 관리수위(35.0m,32.5m)에 육박했다. 낙동강 칠곡보는 이날 오후 수위가 21m로 다소 낮아졌으나 장맛비로 불어난 물에 한국전쟁 당시 낙동강전투의 상징인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가 25일 새벽에 무너져 붕괴 원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100년 넘은 호국의 다리가 붕괴된 것은 건설사가 4대강 공사를 위해 교각 보강 없이 바닥을 파헤쳤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과 약목면을 잇는 호국의 다리는 두 번째 교각이 무너지면서 상판 2개와 철구조물이 함께 붕괴됐다. 새벽시간에 발생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날 사고는 교량과 인접한 4대강 사업 칠곡보 조성(24공구) 공사로 지반 침식이 심해진 상태에서 낙동강 물이 갑자기 불어나 노후된 교각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4대강 사업단은 준설 작업 전 무너진 교각에 대한 보강공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인정하면서도 이번 사고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금강과 영산강도 수위가 상승하자 국토해양부 관계자들과 사업장 관계자들이 26일 종일 비상근무를 했다.
폭우로 지반이 약해지자 구제역 매몰지의 유실과 침출수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구제역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경기도는 도내 2275개 구제역 및 AI 매몰지의 유실과 침출수 유출이 우려됨에 따라 매몰지가 위치한 19개 시 · 군마다 관리팀을 가동하고 응급 복구반을 대기시켰다. 특히 경사면이나 하천 변의 113개 중점 관리 매몰지는 담당 직원이 수시로 순찰을 돌았다.
김태철/대구=신경원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