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스테이] 경기 이천 부래미마을, 임금님 쌀밥 먹고 복분자 술 한잔… 고추따기 체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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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팜스테이 올 가이드부래미마을은 경기도 이천시 남부에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행정구역 상으로는 이천시 율면 석산 2리인 이곳은 마을 어귀에 부처 형상을 한 바위가 있다고 해서 원래 '불암리(彿岩里)'로 불렸다. 그러던 것이 세월이 지남에 따라 발음이 변해 '부래미'가 됐다. 최근에는 마을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이 찾아오기를 바란다는 의미에서 주민들이 부래미(富來美)라는 한자를 덧붙였다. 수도권 도시민들이 가장 즐겨찾는 농촌체험 마을 중 하나로 연간 방문객은 3만5000명에 달한다.
부래미마을은 옛날부터 땅이 비옥하고 물이 깨끗할 뿐만 아니라 기후도 알맞아 천혜의 농경지역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도 마을 주민들은 쌀을 비롯해 배 복숭아 고추 강낭콩 등 농산물 재배를 생업으로 하고 있으며 이 지역에서 나오는 농산물은 모두 국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쌀을 비롯한 주요 농산물은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재배한다. '임금님표 이천쌀','장호원 복숭아','율면 포도' 등은 이 지역을 대표하는 농산물 브랜드다. 마을 입구에 도착하면 양편에 꽃을 심은 부래미마을길이 나오고 이 길을 따라 걸어가면 양옆으로 드넓은 논과 복숭아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마을 주위를 둘러싼 나지막한 산과 작은 저수지가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더해준다. 부래미노인회와 부녀회 등 주민 자치조직이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훈훈한 인심으로 관광객을 맞이한다. 2003년 농림부가 공모한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되면서 팜스테이 사업이 본격화됐다.
계절별로 다양한 체험거리가 마련돼 있다. 봄에는 농작물 파종과 모종 옮겨심기,봄나물 캐기 등을 직접 해 볼 수 있다. 부래미마을에서는 보통 4월 중순부터 감자 콩 옥수수 등의 농작물을 심고 모내기를 한다. 매년 4월에는 부래미 배꽃축제가 열려 전원 생활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여름은 고추를 비롯한 각종 작물을 수확하는 계절이다. 부래미마을에서는 매년 7월 말께 고추 수확이 시작된다. 고추 수확은 이후 8월 말까지 3~4회 계속된다. 옥수수는 6월 말부터 수확한다. 밭에서 직접 캐낸 감자를 쪄먹는 맛도 일품이다. 이 밖에 복숭아 포도 강낭콩 등 여름에 열매를 맺는 과일과 채소가 셀 수 없이 많다. 마을 앞 저수지 한켠에는 물고기와 우렁이를 잡을 수 있는 자연학습장이 마련됐다. 여름 휴가철에는 당일,1박2일,2박3일 등으로 일정을 맞춘 가족휴가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당일 일정만으로도 감자 복숭아 등 농산물을 직접 수확해 그 자리에서 맛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노랗게 익어가는 황금들녘에서 알알이 영근 벼를 베며 느끼는 기쁨은 가을에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봄에 배나무를 분양받은 관광객은 가을에 다시 방문해 자기가 기른 배나무에서 배를 딸 수 있다. 사과와 고구마도 가을에 수확기를 맞는다.
농한기인 겨울에는 한 해 동안 쓴 농기구를 정리하고 퇴비를 만들어 거름을 주는 등 다음해 농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타작이 끝난 볏짚으로 새끼줄을 꼬고 가지치기를 하는 등 농촌의 겨울은 조용한 가운데서도 바쁘게 흘러간다. 농사체험 외에도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먹을거리,볼거리가 관광객을 맞이한다. 마을 입구에 있는 우당도예원에서는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도예 체험은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비용은 도자기 크기와 제작 과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1만원 안팎이다. 관광객이 만든 도자기는 건조→초벌→유약→재벌 등의 과정을 거쳐 3~6주 후에 완성되며 본인이 직접 찾아가거나 택배로 받을 수 있다.
마을에서 재배한 콩을 맷돌에 갈아 순두부를 만들고 유기농으로 재배한 찹쌀을 떡메로 쳐 인절미를 만드는 것도 부래미마을에서 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다. 10명 이상의 단체 관광객은 사전 예약을 하면 풍물놀이도 배울 수 있다. 이 밖에 황토 염색,줄부채 만들기,곤충 채집,도토리묵 만들기,복분자술 담그기 등을 계절별로 즐길 수 있다.
볼거리로는 조선 말 신미양요 때 강화도 광성진을 지켰던 어재연 장군의 생가가 있다. 중요민속자료 제127호인 어재연 장군 생가는 'ㄱ'자 모양의 안채를 중심으로 안마당과 바깥마당이 있고 전체적으로는 'ㅁ'자 형태를 이룬 초가집이다. 마을회관 근처 농기구 전시장에는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전통 농기구와 물레 망태기 등의 생활용품이 전시돼 있다. 마을 내 6600㎡(2000평) 규모의 생태공원에는 너구리,고라니,청솔모 등 갖가지 희귀 동식물이 서식한다. 생태공원은 20여년 전까지 논이었던 지역이 늪으로 변하면서 다양한 동식물의 보금자리가 된 곳이다. 농기계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땅이 질어 사람의 발길이 끊어졌던 곳이 농촌체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 생태공원으로 거듭났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
찾아가는 길
중부고속도로 일죽나들목에서 38번 국도 장호원·원주 방향으로 나온 뒤 율면·행죽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우회도로로 진입,333번 지방도 장호원·행죽 방향으로 가면 된다. 율면 표지판이 나오는 3차로에서 우회전한 후 석산1리 3차로에서 좌회전하면 부래미마을이다. 내비게이션으로는 '경기도 이천시 율면 석산2리 50'을 검색하면 된다.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홈페이지(www.buraemi.com)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의 전화는 031)641-6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