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스테이] 경기 양평 보릿고개마을, 햄버거만 찾더니… "엄마 호박밥·쑥개떡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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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팜스테이 올 가이드용문산 자락에 둥지를 튼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연수리 '보릿고개마을'은 지금은 사라진 어려운 시절의 가난과 추억을 체험상품으로 만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
보릿고개는 보리가 여물기 전인 4~5월, 1년 전에 거둔 곡식이 떨어져 굶주리는 춘궁기(春窮期)를 말한다. 한 해 농사를 지어 소작료와 빚,이자를 떼고나면 가난한 살림은 이때쯤 동나게 마련이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먹을 것을 찾아 산과 들을 헤집고 다녔다. 보릿고개마을은 이 같은 '봄날의 굶주림'을 상품화한 이색 체험관광 마을이다. 이 마을에서 맛볼 수 있는 보리밥과 호박밥,쑥개떡,보리개떡,감자범벅,산나물죽 등은 젊은 세대들이 이름만 듣고는 고개를 갸웃거릴 음식들이다. 예전에는 손님들에게 내놓기 민망한 음식들이지만 최근 웰빙열풍을 타고 비타민이 풍부한 건강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보릿고개마을 체험 프로그램은 크게 음식 만들기와 과수농장 체험,짚공예,농산물 캐기,생태체험 등으로 짜여져 있다. 그중에서도 두부 만들기와 개떡 만들기 등 슬로푸드 체험이 인기가 가장 높다. 보릿고개마을의 장점 중 하나는 오염되지 않은 청정 환경이다. 마을 진입로가 호리병의 주둥이처럼 좁아 자연스럽게 오염된 공기의 진입을 막아준다. 맑은 계곡과 돌담길 등 인정 넘치는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주변 환경도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보릿고개마을의 점심식사로는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보리밥에 갖가지 나물을 넣고 비벼먹는 비빔밥이 제공된다. 비빔밥 한 그릇에 어른들은 옛 추억에 잠기고,아이들은 피자나 햄버거 같은 패스트푸드 대신 슬로푸드 맛에 금세 빠져든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맞는 농사체험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봄나물 채취,밤 따기,배추 수확 등 계절별로 달라지는 체험을 통해 어린 자녀들에게 농산물에 대한 고마움과 소중함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
양평 보릿고개마을은 마을 주민 전원의 적극적인 참여로 운영되는 게 특징이다. 주민이 하나로 뭉쳐 체험마을을 관리하고 소득을 공평하게 분배하고 있어 성공적인 농촌체험마을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는 물론 일본 등 해외에서도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보릿고개마을은 계절별로 다양한 체험 거리가 마련돼 있다. 봄에는 산나물 채취,천연염색,딸기 및 매실 따기를 할 수 있다. 여름철에는 복숭아 따기,감자 캐기,뗏목 타기,송어 잡기 등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이 다양한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가을에는 배 따기, 벼 베기, 밤 따기 ,콩 타작 등 농산물 수확의 경험을 즐길 수 있고 겨울에는 얼음썰매타기, 김장, 짚풀공예, 솟대체험 등을 할 수 있다. 두부 · 개떡 · 강정 만들기 등은 사계절 내내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상영 보릿고개마을 운영위원장은 "도시생활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과 농촌생활을 경험할 수 있어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 단위의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며 "계절별 체험 활동이 다양해서 그런지 다른 체험 마을에 비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보릿고개마을은 예전 보릿고개의 추억을 경험할 수 있도록 방문객들에게 꽁보리밥,호박밥,보리개떡,손두부백반 등을 먹을거리로 제공하고 있다. 인근엔 볼거리도 많다. 병풍처럼 마을을 감싼 용문산,백운봉 골짜기에는 은처럼 맑은 물이 흐른다는 은수득골을 비롯해 솔골 태낭골 귀골 상원골 등 계곡이 넘친다. 골짜기 곳곳에는 많은 절과 절터가 남아 있다. 그중 절터와 주춧돌만 남아있는 '보리사'는 고려 때 창건된 절이다. 임진왜란 당시 소멸되고 절 마당의 탑이 도둑 맞아 일본으로 건너갔으나 최근 국립박물관으로 되돌아왔다. 태조 때 지어진 상원사를 비롯해 선운사 백운암 보광사 등이 있다.
물과 꽃들의 정원이라 불리는 세미원은 양평의 대표적인 볼거리로 꼽힌다. 사계절 내내 다양한 매력을 뽐내는 곳으로 안으로 들어서면 우리나라 지도를 본떠 만든 연못과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옹기분수를 만날 수 있다.
세미원 내 연꽃박물관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연꽃이란 단일 테마로 생활용품,고서,음식 등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2층 종합전시관에서는 연꽃무늬가 들어간 기와와 도자기,연꽃이 수놓인 저고리 등 연꽃 관련 유물 1000여점을 볼 수 있다. 3층 연 음식 전시실에서는 연잎으로 만든 술인 연엽주,연 열매로 만든 정향연자죽 등 고서에 기록된 연 음식을 그대로 복원한 각종 음식들과 연근 샐러드,연근 고로케 등 현대적 감각에 맞게 만들어진 각종 퓨전 연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미사리를 거쳐 팔당대교를 지나 양평 용문면으로 가면 보릿고개마을이 나온다. 대중 교통을 이용할 경우 동서울터미널에서 홍천 방면 버스를 탄 뒤 용문터미널에서 내려 연수리행 버스를 갈아타면 된다. 청량리역에서 떠나는 열차를 이용해도 된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borigoge.invil.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031)774-5422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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