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스테이] 충북 보은 구병리마을, 서늘한 원두막에 앉아…송로주 익는 '충북 알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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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알프스'가 시작되는 구병산 자락에 위치한 구병리.아름다운 시골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조용한 마을이다.
'충북의 알프스'는 충북 보은군의 구병산(876m)에서 시작,장고개를 거쳐 백두대간으로 들어서 형제봉~속리산 천황(1057m)~문장대~관음봉~상학봉(861m)까지 이어지는 43.9㎞ 구간을 말한다. 여러 산을 묶고 등산로를 개설한 이 능선은 산세와 자연풍광이 유럽의 알프스에 견줄 정도로 장엄하고 아름다워 이름 붙여졌다. 이 이름을 보은군이 특허청에 상표등록까지 해 놓을 정도로 지역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마을 입구에는 수백년 된 노송들이 군락을 이룬 송림원이 자리잡고 있어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곳은 특히 가을철로 접어들면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이 온 마을을 뒤덮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또 산촌마을답게 송로주,옥수수술,솔방울주,산사주,칡술 등을 담가놓은 술항아리에서 은은하게 번지는 술익는 냄새가 찾아오는 이들을 정겹고 편안하게 맞아준다.
해발 500m의 산중턱에 자리잡은 구병리는 풍수지리적으로 보기드문 명당으로 꼽힌다. 속리산은 아비산,구병산은 어미산으로 불릴 만큼 마을은 구병산 자락에 아늑하게 놓여 있는 형태다. 마을 터의 생김새가 마치 소의 자궁과 같다 해 우복동(牛福洞)으로 불린다.
마을 중앙의 월봉을 중심으로 좌청룡 우백호가 마을을 아늑하게 감싸안는 평화로운 모습이어서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예로부터 무병장수한다. 실제로 산천이 수려하고 물과 공기가 깨끗해 80~90세는 보통이고,100세 이상 장수노인도 즐비하다. 이들은 또 대부분 욕심 없이 어질고 착하게 사는 사람들이어서 마을은 '범죄 없는 마을'로도 지정됐다. 풍수지리를 뒷받침하듯 이 마을에서는 일제강점기 때도 징집당한 사람이 한 명도 없고,6 · 25전쟁 때도 상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고 촌로들은 증언하고 있다. 30여가구가 옹기종기 살고 있는 이 마을은 행정안전부 산골마을 가꾸기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이후 전국에 입소문을 탔다. 세미나실과 숙박시설 등을 갖춘 마을회관과 방갈로 등을 짓고 메밀꽃 축제를 열면서 사람들이 몰려든 것.
주민들이 마을 뒷산과 주변 4만㎡에 메밀을 심자 해마다 9월이 되면 그야말로 '소금을 뿌려 놓은 듯'이 하얀 메밀꽃이 장관을 이룬다. 이때 열리는 축제에서는 메밀전과 막걸리가 시골 인심만큼이나 풍성하게 넘쳐난다. 뿐만 아니라 떡메치기,천연염색,메밀베개 만들기,두부 만들기,가훈쓰기,국악공연,메밀꽃밭 구경하기 등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이 마을에는 특히 다른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송로주'가 있어 애주가들의 발길을 모은다. 멥쌀과 누룩에 솔옹이까지 섞어 발효시킨 뒤 증류해 만드는 송로주는 이 마을 주민 임경순 씨(충북도 무형문화재)가 비법을 이어오는 전통주다. 향과 맛이 뛰어나고 관절과 신경통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 좋고 물 좋은 산골마을의 기억을 만들어 줄 각종 체험거리도 연중 이어지고 있다. 봄에는 두릅,취나물,고사리,다래순 등의 산나물을 채취하며 싱그러운 봄 내음 속에 가족 및 이웃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산딸기 따기,옥수수 · 감자 · 콩 심기,가재 잡기는 덤이다.
여름에는 아이들과 함께 씨알이 굵은 감자를 캐고 수염이 긴 옥수수를 따서 장작불에 구워 먹을 수 있다. 가을에는 흐드러지게 핀 메밀꽃밭에서 멋진 사진을 찍는 메밀꽃 축제(9월)가 단연 으뜸이지만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따거나 누렇게 익은 콩을 타작해 보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겨울철에는 마을 어르신들과 짚공예를 하며 옛날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메주 만들기,김장 담그기,장작패기를 하며 눈 속에 묻힌 산골마을의 정취를 느껴볼 수 있다. 국립공원 속리산이 가까이 있는 이 마을의 볼거리로는 법주사를 비롯 구불구불하게 돌아가는 말티고개와 삼년산성,우거진 숲과 깎아지른 듯한 바위와 물속까지 보이는 맑고 깨끗한 물 등이다. 여름 피서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만수계곡,풍혈 등도 있다.
구병산 풍혈은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겨울에는 훈풍이 솔솔 불어나오는 대자연의 신비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구봉산 정상에서 서원계곡 방향으로 약 30m 지점에 직경 1m 풍혈 1개와 30㎝ 풍혈 3개 등 4개가 있다. 구병리마을 뒤편으로 동굴형 풍혈 2개가 2008년 새로 발견됐다. 구병산 풍혈은 전북 진안군 대두산,울릉도 풍혈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풍혈로 꼽힌다.
마을 관계자는 "산골마을의 한적함과 풍요로움을 즐길 수 있다"며 "다양한 산촌 체험은 물론 주변에는 가족들이 함께 관광할 수 있는 인기 있는 관광지가 많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찾아가는 길
청원~상주 간 고속도로가 개통돼 예전보다 훨씬 교통이 편리해졌다. 경부고속도로 청원JC 혹은 중부내륙고속도로 낙동 분기점에서 청원~상주 고속도로로 들어선 다음 속리산나들목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난다. 보은 방면 25번 국도를 타고 잠시 가면 장내삼거리가 나오는데 여기서 서원리 방면으로 우회전해 달리다가 삼가 터널을 지나 우회전한다. 이후 구병리 안내판을 따르면 된다. (043)542-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