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고객 감동 방송광고] 대우증권, 대한해협 횡단 父子의 열정 생생하게

소비자 마음을 훔치다
대우증권의 광고 '열정캠페인'의 두 번째 이야기는 '대한해협'편이다. '아시아의 물개'로 불리던 고(故) 조오련 씨의 아들 조성모 씨가 주인공으로 나섰다.

조성모 씨는 열일곱 살에 자유형 1500m에서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던 유망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수영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우울증을 겪고 몸무게가 110㎏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수영을 그만둔 인물.이번 광고에서 그는 체중감량과 고된 연습을 통해 '대한해협 횡단'이라는 아버지의 열정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리얼리티(사실성)의 시대,생생한 이야기나 실화를 다루는 광고가 주목을 받는다. 만들어진 이야기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설득력이 커 최근 모든 영상의 화두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휴대폰 카메라로 찍고 간단한 프로그램으로 편집한 창작 영상물을 인터넷 공간에서 공유하는 시대다. 일상 속에서 모든 영상 제작과정을 경험하는 대중에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영상물이 신선할 리 없다. 각종 TV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리얼 버라이어티쇼가 연예인들의 실제 경쟁 상황과 경험을 생생하게 포착해내고 실존 인물을 다룬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는 이유다. '생화(生花)'를 경험한 대중은 더 이상 '조화(造花)'를 보려하지 않는다.

대우증권 광고의 내용은 단순하다. 육중한 몸으로 줄넘기를 하고 사이클 페달을 밟고 도심을 달리며 힘겨워하는 조씨의 모습은 '고 조오련의 아들 조성모'라는 자막과 함께 등장한다. 헬스클럽에서 격렬하게 운동하며 숨을 몰아쉬는 장면에선 '아버지의 꿈 대한해협 횡단'이라는 문구도 올라온다. 뚱뚱했던 조씨의 외형은 점차 날렵해지고 그는 수영장에서 맹훈련을 하며 대한해협 횡단이 이제는 자신의 꿈이라고 말한다. 모든 준비가 끝난 것처럼 보이는 아들은 바다를 향해 달려간다. 그런데 여기에 반전이 있다.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여성들을 보고 조씨가 잠깐 한눈을 팔다 우스꽝스럽게 넘어지는 것.비장감마저 느껴지던 영상은 유머로 이어지고 '열정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대우증권의 가치를 강조한다. 이번 광고의 백미는 아버지 조오련이 특유의 사투리로 "정신 지대로 챙기라고" 하며 외치는 장면.대우증권의 캐치프레이즈 "Hey~ Passion Wake up"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광고는 많은 것들을 환기시킨다. 조오련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가 1970년과 1974년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연이어 2관왕에 올랐던 사실,1980년 13시간16분 만에 대한해협을 횡단하고 1982년 도버해협과 2003년 한강 600리를 완주한 일,2005년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93㎞를 두 아들과 함께 18시간46초 만에 건넌 일 등을 연상할 것이다. 한 시대를 살았던 영웅의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추억이기 때문이다.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라도 아들 조성모 씨의 스토리에는 친숙할 수 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아 급격히 살이 쪘던 그는 한 공중파 TV 방송이 기획한 다이어트 도전 프로그램에 참여해 살을 빼는 과정을 보여줬다. 아버지의 도전을 현재 아들이 계승한다는 실제 이야기는 그대로 광고 속으로 들어왔다. 이것이 현란하게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서도 대중에게 신뢰를 주는 이유다. 부자(父子)의 얘기는 대우증권이 추구하는 기업 이미지인 '열정'과 잘 맞아 떨어진다. 도전하는 그들의 모습에선 자연스럽게 열정이 배어나오고 강한 공감대를 만든다. 말이 아닌 땀이 보여주는 진정성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광고의 표현 방식이 직접적이지 않고 우회적이라는 데 있다. 후반부에 나타나는 반전,즉 조씨가 한눈을 팔다 넘어지고 아버지 조오련이 정신을 차리라며 호통치는 장면은 대우증권의 열정이 막연하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성을 통해 건재해왔음을 말해준다. 조오련으로 대변되는 자기 반성은 대우증권이 가졌던 고객들에 대한 초심의 목소리인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광고 후반부의 재치 넘치는 유머가 대중을 광고 속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정덕현 광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