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골프도 '흔들', 美 LPGA 투어 6월까지 無勝…13년만에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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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 키즈' 슬럼프…日 대회 잦은 출전도 문제미국 LPGA투어에 진출한 한국 여자 선수도 최근 들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올 시즌 10개 대회가 끝났지만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1998년 박세리가 미국에 진출한 이후 상반기에 1승도 못 챙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선수들이 잠시 주춤한 것인지,아니면 성장 한계에 도달해 퇴조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 선수들의 우승 가뭄은 이전에도 몇 차례 있었다. 2008년에는 5월 말까지 13개 대회까지 우승을 못하다가 이후 5개 대회에서 4승을 거두는 '몰아치기 우승'을 했다. 2005년에는 10개 대회에서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하다가 5월 말 열린 11개 대회에서 간신히 첫승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은 박세리 이후 최소한 한 해에 2승 이상씩 거둬왔다. 2000년 2승을 합작한 것이 가장 저조한 기록이며 2009년(12승),2006년(11승),2010년(10승)에는 두 자릿수 우승을 달성했다.
무승의 원인으로 '세리 키즈'들의 슬럼프가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다. 신지애는 두 차례 2위를 하면서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금왕을 차지했던 최나연 김인경 등 우승 가능 선수들도 올해는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후원을 받고 상금까지 두둑하게 챙기면서 '헝그리 정신'이 사라져버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풍족해진 삶은 해가 떨어질 때까지 연습 그린을 떠나지 않던 한국 선수들의 성실함을 앗아가버렸다'고 꼬집기도 한다. 오히려 외국 선수들이 이를 따라하면서 한국 선수들과의 실력차를 좁히고 있다.
잦은 일본 대회 출전도 문제점으로 지목받는다. 선수들은 미국 대회가 줄어들자 공백 기간에 상금이 많은 일본 대회에 나가고 있다. 이것이 컨디션 조절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스폰서의 대부분이 한국 기업이다 보니 선수들이 TV 노출을 위해서도 한국과 일본 대회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독기는 빠지고 돈의 위력에 휘둘리면 이를 악물고 달려드는 외국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청야니의 강세가 지속되면 한국 선수들의 우승 확률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어 태극 낭자들의 위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