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배양 독감백신 첫 개발…"3년내 대량생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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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 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소 가보니
친환경 R&D 시스템 도입
바이오연구실 12곳 달해
"제2의 신종플루 막겠다"
무선인식(RF)카드 출입통제 장치를 통과해 연구소 안으로 들어서니 일렬로 길게 늘어선 연구실과 소리 없이 돌아가는 세포배양 백신 장비들이 눈에 들어온다. 천장엔 악취,유독성 가스,세균,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화학 필터가 2~3m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27일 찾은 경기도 판교의 SK케미칼 생명과학연구소.'미래형 친환경연구소'라는 회사 측 설명대로 친환경 · 에너지 절약 · 정보기술(IT)이 어우러져 있었다. SK케미칼이 5년간 1300억원을 투입해 작년 11월 완공한 이 연구소는 신약과 백신 등을 연구하는 연구 · 개발(R&D)센터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제2의 신종플루 사태를 막기 위해 '국가안보' 차원에서 만든 연구소"라며 "대한민국 백신 연구의 총본산이 될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소의 최대 장점은 '100년 후를 생각해 만들었다'는 친환경 기술에 있다. 지열 및 태양광을 이용해 전기 없이도 동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심야 시간의 값싼 전기를 이용해 얼음을 얼려 저장한 후 주간에 냉방 용도로 쓰고 있다.
친환경 기술로 무장된 연구동 안에선 실험실마다 '차세대 국가안보'로 불리는 백신 개발이 한창이었다. 바이오 연구실만 12곳,전체 150여명의 연구원 가운데 3분의 2가 백신 · 혈액제 개발에 매달리고 있다. 김훈 bio2팀장은 "국내에서 사용 중인 15개 백신 가운데 12개가 해외 원료에 의존하고 있다"며 "SK케미칼이 개발한 독감 세포배양 백신은 신종플루와 같은 갑작스러운 백신의 수요 증가에 기존 유정란 백신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종전 유정란 백신 공정은 준비기간만 6개월 이상 걸렸다. 하지만 세포주 배양 백신 기술은 '바이오리액터(bioreactor · 대량의 실험용 액체를 용기에 넣어 공기를 주입시키면서 배양하는 생물 반응기)'에서 추출한 세포주를 이용,바이러스를 배양한 뒤 백신을 신속하게 대량생산할 수 있다.김경호 SK생명과학연구소 자문위원은 "국내 백신 시장은 연간 30조원에 달하는 세계 시장의 8분의 1 수준(4000억원)"이라면서 "세포배양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2014년부터 국내에서도 예방 백신의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