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R&D센터 수도권 이전…"고급인력 확보 위해서…"

대우, 서울 인근에 통합硏…삼성重, 판교 연구센터 추진…현대重도 이전 방안 고민
기업들 'R&D 脫지방' 가속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은 지난달 초 삼성중공업 채용 설명회 때 나온 말 한마디 때문에 꽤나 술렁거리고 있다. 당시 인사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경쟁사가 서울에 연구소를 만든다고 그리로 가려는 분들이 많은 것으로 아는데 우리도 판교에 연구 · 개발(R&D) 센터를 지을 겁니다. "

조선 '빅3'가 연구소를 수도권으로 이전시키는 방안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대우,삼성이 움직이자 울산에 연구소를 두고 있는 현대중공업도 이전 방안을 고민중이다. ◆대우,삼성 간다는데…현대重도 "고민"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대우조선해양이다. '연구 인력은 조선소 곁에 둔다'는 관행을 깨고 지난 4월 거제 옥포조선소 연구원의 절반(약 100명)을 서울 논현동 연구센터로 올려보냈다. 회사 관계자는 "거제와 서울 다동 본사,논현동 연구센터 세 곳으로 흩어져 있는 R&D 인력을 통합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며 "이를 위해 통합연구소를 신설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대우조선해양은 인천 송도를 유력 후보지로 정했으나 서울과 근접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서울 도심에서 차량으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을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이달 말께 2만여 평 규모의 부지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라며 "거제연구소엔 최소 인력만 남기고 200여 명의 연구 인력을 통합연구소로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올 3월 확보한 판교 테크노밸리 부지를 R&D센터로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용 과정에서 공언할 만큼 상당 부분 계획이 진척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의 연구 기능을 축소시키고,연구소 시스템을 기존 대덕(대전)과 판교로 재편하는 셈이다.

울산에 연구센터를 두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경쟁사 동향을 면밀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 1위라는 자존심 때문에 이렇다 할 움직임은 없지만 실무선에선 수도권 인근 여유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공학 전공자 "회색 작업복 싫다"조선사들이 '지방 탈출'을 감행하려는 이유는 인재 때문이다. 해양플랜트를 비롯 풍력,태양광 등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면서 우수 인력을 확보할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지방 출신들의 서울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떨어지면서 갈수록 우수 인력을 끌어오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취업 선호도 1순위는 선박 감리 등을 주업무로 하는 외국계 선급회사"라며 "그나마 부산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재 확보 위해 탈(脫) 지방전문가들은 지방 기피 현상이 조선업계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R&D센터를 수도권으로 옮기려는 기업이 잇따라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LG그룹은 서울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으로 평가받고 있는 마곡지구에 그룹 차원에서 연구캠퍼스 건립을 추진하기 위해 서울시와 협의중이다. LS그룹은 안양 LS타워 맞은편에 있는 전선 공장 부지를 연구소와 아파트형 공장 등이 들어서는 복합타운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인력 확보를 위해서"라고 했다.

이와 관련,기업 관계자들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계획과 기업들의 수도권 이전 수요를 적절히 '매칭'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박동휘/김현예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