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스케치] 靑 "뒤탈 날라" 발표 조심조심

● MB "표만 따지면 나라 망해"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간 회담에선 인사말을 나눌 땐 비교적 화기애애했지만 의제 논의에 들어가자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말했다.

해장국을 먹으며 오전 7시30분에 시작한 회담은 1시간30분이 예정돼 있었으나 30여분을 넘긴 9시35분에 끝났다. 회담이 시작되기 전 이 대통령은 손 대표가 지난달 주변에 알리지 않고 둘째딸 결혼식을 치렀던 것을 언급하며 "옛날에는 세 과시 차원에서 하객이 많이 오도록 했는데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면서도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연락하지 않아 섭섭했다"고 말했다. 6대 의제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자 손 대표는 미리 들고온 자료뭉치를 테이블에 쌓아 놓고 하나씩 문건을 빼내 의견을 개진했다. 손 대표는 또 회담 마지막 3~4분을 남겨 놓고 6대 의제 외에 다른 주제를 빠르게 설명하고,관련 문건을 이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손 대표는 △남은 임기 동안 오로지 국민만 보고 국정 운영을 해야 하고 △이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이 전했다.

청와대 측은 이번 회담 발표 과정에서 민주당과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기도 했다. 김두우 홍보수석은 민주당의 회담 반응을 살펴본 후 브리핑하느라 이날 세 번이나 기자들 앞에 섰다. 한 핵심 관계자는 등록금에 대한 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민주당의 발표 내용을 보고 추가 설명하겠다"고 했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에 대한 이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브리핑 내용을 확인한 후에야 추가로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여야가 너무 표를 계산하면 나라가 흔들린다"고 말했다. 최근 반값등록금 정책 등을 내놓은 정치권을 겨냥한 것이다.

홍영식/허란 기자 yshong@hankyung.com